[묵상] 2026년 5월 19일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사명과 영광
성령 강림 대축일을 향해 나아가는 이번 주간, 오늘 전례는 우리에게 두 가지 장엄하고도 뭉클한 고별의 장면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에페소 원로들을 떠나며 눈물로 권고하는 사도 바오로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수난을 앞두고 제자들을 위해 아버지께 바치시는 예수님의 대사제 기도입니다. 이 두 이별은 단순한 슬픔에 머물지 않고, 사명과 영광이라는 찬란한 빛으로 승화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밀레토스에서 에페소의 원로들을 불러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그는 예루살렘으로 가면 투옥과 환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성령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단호하게 고백합니다.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나는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사도 20,24). 바오로를 움직인 힘은 성령의 포로가 된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 주님께 받은 사명이 더 컸기에 두려움 없이 가시밭길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세상의 성공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전하는 것이 우리 삶의 최종 목적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때가 왔음을 선포하시며, 십자가의 수난을 오히려 영광이라고 부르십니다. 십자가를 통해 인류 구원이라는 아버지의 일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영원한 생명을 이렇게 정의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성경에서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미 영생을 살기 시작하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은 이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가시지만,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십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요한 17,9)라는 말씀처럼, 주님은 우리를 버려두고 가시는 것이 아니라 하늘 보좌에서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빌어주시는 '영원한 전구자'가 되셨습니다. 바오로가 에페소 교회를 위해 눈물을 흘렸듯, 주님은 지금도 우리의 아픔과 시련을 보며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 손을 내밀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내 인생의 달릴 길을 제대로 알고 그 길을 향해 정직하게 나아가고 있습니까? 또한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알고 사랑하는 기쁨 속에 머물고 있습니까?. 바오로 사도의 용기와 예수님의 기도는 모두 성령의 힘 안에서 가능했습니다. 성령은 우리가 고난 앞에서도 뒷걸음치지 않게 하시고, 하느님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라 부르며 사랑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자리가 비록 척박하더라도 바오로처럼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작은 발걸음을 내디뎌 봅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기에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받은 사명을 끝까지 완수할 용기를 주소서. 하느님 아버지를 깊이 사랑함으로써 이 땅에서 이미 영원한 생명을 맛보게 하시고, 저희를 위해 빌어주시는 당신의 손길을 믿으며 오늘 하루를 당당히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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