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15일 부활 제6주간 금요일

 

빼앗기지 않는 기쁨

오늘 우리는 선교 현장에서 두려움에 떨던 바오로 사도를 다독이시는 주님의 음성과, 제자들에게 이별 뒤에 찾아올 진짜 기쁨을 약속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함께 듣습니다.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우리가 붙잡아야 할 희망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해 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에 머물고 있습니다. 당시 코린토는 화려하지만 타락한 도시였으며, 복음을 전하기에는 무척이나 척박하고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사도라 할지라도 인간적인 두려움과 외로움이 그를 짓눌렀을 것입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환시 속에서 바오로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사도 18,9-10). 이 말씀은 바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힘이 되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처한 힘든 상황을 단번에 없애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 함께 계심으로써 우리가 시련을 이겨내도록 도우시는 분입니다. 오늘 우리 삶의 코린토 — 막막한 일터,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정, 불안한 미래 — 앞에서 주님은 똑같이 속삭이고 계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을 예고하시며 '해산하는 여인'의 비유를 드십니다. 여인이 아기를 낳을 때는 극심한 고통을 겪지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그 기쁨 때문에 이전의 고통을 잊어버린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약속하십니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2). 부활의 기쁨은 고통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고통을 기꺼이 통과하여 얻어낸 생명의 기쁨입니다. 십자가의 슬픔이 없었다면 부활의 환희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겪는 지금의 시련 또한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한 거룩한 과정임을 믿어야 합니다.

세상이 주는 기쁨은 조건부입니다. 일이 잘될 때만 누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 쉽게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주시는 기쁨은 부활의 확신에서 나옵니다. 죽음조차 꺾지 못한 주님의 생명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 이 기쁨은 박해나 병고 중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척박한 코린토에서 1년 6개월이나 머물며 끈기 있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빼앗기지 않는 기쁨이 그를 지탱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을 살펴봅시다. 나는 지금 눈앞의 슬픔에만 매몰되어 그 너머에서 태어날 새로운 은총을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의 음성보다 세상의 위협적인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슬픔은 잠시 머무는 손님이지만, 기쁨은 우리 영혼의 주인입니다. 주님은 단순히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러 오시는 분이 아니라, 그 눈물을 기쁨의 보석으로 바꾸어 주러 오시는 분입니다. 오늘 하루, 바오로처럼 용기를 냅시다.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라고 선포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겪는 오늘의 고단함은 내일의 찬란한 부활의 기쁨으로 반드시 바뀔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슬픔 중에 낙담하지 않게 하소서. 해산의 진통 끝에 생명이 태어나듯, 저희의 시련 끝에 당신의 영광이 드러날 것임을 믿게 하시고, 세상이 빼앗지 못할 당신의 참된 기쁨으로 오늘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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