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13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과 함께
오늘은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세 어린이에게 나타나 평화와 회개를 요청하신 파티마의 성모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전례는 우리가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넘어, 완전한 진리로 우리를 이끄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당대 지성의 중심지였던 아테네의 아레오파고스에 서 있습니다.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이 넘쳐 온갖 신을 모셨지만, 정작 참된 하느님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혹시나 빠뜨린 신이 있을까 두려워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는 제단까지 만들어 두었습니다. 바오로는 그들의 종교심을 존중하면서도, 하느님은 인간이 만든 신전에 갇힌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명과 숨을 주시는 분임을 선포하며 부활의 진리를 전합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인공지능이 모든 답을 주는 듯한 이 시대에도, 정작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는 답을 찾지 못한 채 현대판 '알지 못하는 신'들을 숭배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우리 인간의 한계를 깊이 배려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요한 16,12). 주님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주입하지 않으시고, 대신 진리의 영을 보내시어 우리가 준비되었을 때 한 걸음씩 진리 안으로 인도하십니다. 성령의 역할은 새로운 교리를 만드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지금 이 순간 나의 삶 안에서 생생하게 깨닫게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슬플 때는 주님의 위로를, 유혹 앞에서는 주님의 정의를 떠올리게 하며 우리를 부드럽게 이끌어 주십니다.
오늘 기념하는 파티마의 성모님 역시 우리를 진리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성모님은 세 어린이에게 나타나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구원의 진리를 우리 삶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는지 알려주신 어머니의 사랑어린 가르침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내면에서 진리를 깨닫게 하신다면, 성모님은 우리 밖에서 그 진리를 실제로 살아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십니다.
우리는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세상의 방대한 정보에만 매달려 정작 '진리의 영'이신 성령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삶의 '알지 못하는 제단' 위에 불안과 두려움을 올려놓고 있지는 않습니까? 진리는 머리로 외우는 공식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를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가는 삶의 길입니다. 오늘 하루, 복잡하게 따지기보다 파티마의 어린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입시다. 성령께서는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그러나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진리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세상의 헛된 지혜에 현혹되지 않게 하소서. 진리의 영께서 저희를 비추시어, 매 순간 당신의 뜻을 식별하고 파티마의 성모님처럼 겸손하게 그 진리를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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