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11일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성령과 함께 걷는 삶

오늘 우리는 유럽 선교의 첫 관문인 필리피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만남과 박해의 위협 앞에서도 우리를 지탱해 주시는 성령의 약속을 함께 묵상합니다. 신앙의 여정은 오로지 나의 노력으로만 가는 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문을 열어주시고 성령께서 동행하시는 신비로운 협력의 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환시를 따라 마케도니아의 필리피로 향하며, 그곳 강가에서 리디아라는 자색 옷감 장수를 만납니다. 성경은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사도 16,14)라는 중요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려 할 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탓하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열쇠는 주님이 쥐고 계십니다. 우리가 바오로처럼 성실히 말씀을 전할 때, 마음의 빗장을 여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닫힌 마음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신의 화술을 연마하기보다 먼저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겸손한 기도를 바쳐야 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다가올 박해를 예고하시며, 세상의 논리가 하느님의 진리를 가로막는 어두운 때가 올 것임을 경고하십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를 결코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요한 15,26-27)라는 약속처럼, 성령은 우리 곁에서 우리를 변호하시며 우리 입술에 지혜를 주십니다. 진정한 증언은 내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성령의 빛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시련 속에서도 평화를 잃지 않는 모습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성령의 증언이 됩니다.

주님이 박해를 미리 말씀하신 이유는 우리가 시련을 만났을 때 당황하거나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그들의 때가 오면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6,4)라는 말씀처럼, 신앙생활의 어려움은 오히려 보호자 성령을 가장 깊이 체험할 기회가 됩니다. 마음이 열린 리디아가 온 가족과 함께 세례를 받고 사도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던 환대의 기쁨은 성령의 증언이 있는 곳에서만 일어나는 기적입니다.

우리는 오늘 스스로 돌아봅시다. 나는 오늘 주님께서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까? 혹시 세상의 작은 비난이나 불편함 때문에 주님의 제자임을 숨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성령은 지금도 우리 안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속삭이십니다. 오늘 하루, 리디아처럼 마음을 활짝 열어 주님의 말씀을 모셔 들입시다. 주님은 여러분의 마음을 여시어 복음의 기쁨을 채워주시고, 여러분을 통해 또 다른 이의 마음을 열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증언하는 복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 저희의 닫힌 마음을 여시어 당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세상의 반대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보호자 성령과 함께 당신의 사랑을 용기 있게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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