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4월 23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
영원한 생명의 약속
오늘 우리는 광야의 길 위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만남과 우리 영혼의 허기를 영원히 채워주시는 예수님의 약속을 함께 묵상합니다. 이 두 이야기는 신앙이란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끌리고 그 이끄심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잘 보여줍니다.
첫째, 성령의 ‘깜짝 초대’에 응답하십시오. 오늘 제1독서에서 성령께서는 필립보 사도에게 "일어나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거라. 그것은 외딴길이다"(사도 8,26)라고 명령하십니다. 인적 드문 광야로 가라는 다소 황당한 지시였지만, 필립보는 망설임 없이 순명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느님을 갈망하며 성경을 읽던 에티오피아 여왕의 내시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 삶에도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광야 같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계획이 틀어지거나 외로운 길로 내몰리는 듯한 그때, 하느님은 외딴길에서 누군가를 구원하시거나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한 놀라운 일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오늘 여러분의 일상에 불쑥 찾아오는 성령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둘째,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의 이끄심에 대한 응답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요한 6,44)라는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가 성당에 발을 들이고 기도를 시작하는 것이 온전히 내 의지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먼저 건드리시고 이끌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내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초대이며, 우리는 그 초대에 응답할 뿐입니다. 에티오피아 내시가 필립보의 설명을 듣고 "여기에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장애가 있겠습니까?"(사도 8,36)라며 즉각 반응했듯이, 우리도 주님의 이끄심 앞에 마음의 빗장을 활짝 풀어야 합니다.
셋째, 주님은 우리 존재의 근원적 갈증을 채우는 살아 있는 빵이십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 6,51)이라고 선언하십니다. 과거 이스라엘 조상들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는 육신의 배고픔을 잠시 달래주었을 뿐이지만, 예수님이라는 생명의 양식은 우리 존재 깊숙한 곳의 고독과 죽음의 공포를 해결해 줍니다. 육신이 살기 위해 매일 음식을 먹듯, 우리 영혼 역시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먹어야 부활의 생명으로 활기차게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느라 영혼이 메마르고 기운이 없다면, 오늘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서 우리에게 보약처럼 내어주시는 주님을 온전히 받아들이십시오.
오늘 복음의 핵심은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약속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에 이끌려 살고 계십니까? 세상의 유행과 평판입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변치 않는 사랑입니까? 광야의 길 위에서 "누가 나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사도 8,31)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했던 내시처럼, 우리도 주님 앞에 꾸밈없이 나아갑시다.
주님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배고픈 이를 먹이시며, 길 잃은 이를 따뜻하게 이끌어 주십니다. 오늘 하루,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내시처럼 성경을 펼쳐보거나 조용히 주님의 현존 앞에 머물러 보십시오. 광야 한복판에서 세례의 물을 발견했던 그 벅찬 기쁨이 여러분의 마음속에서도 샘솟을 것입니다.
“주님, 저희를 당신께로 끊임없이 이끌어 주소서. 세상의 헛된 양식에 한눈팔지 않고, 오직 살아 있는 빵이신 당신으로 배부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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