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4월 13일 부활 제2주간 월요일

 

바람처럼 자유롭게,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기

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지내며 우리를 따뜻하게 껴안으시는 주님의 크신 사랑을 묵상했습니다. 오늘부터는 요한 복음 3장의 말씀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는데, 그 핵심은 바로 '새로 태어남'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바리사이이며 유다인들의 지도자인 니코데모가 등장합니다. 그는 율법에 정통한 지식인이었지만, 마음속 깊은 영적 갈증은 해결하지 못한 채 한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가 밤에 찾아왔다는 사실은 그가 아직 진리의 빛을 완전히 깨닫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에게 다음과 같이 파격적인 선언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하느님 나라는 인간적인 지식이나 사회적 지위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변화되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신앙을 단순히 지식으로만 접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머리뿐만 아니라 존재의 거듭남을 요구하시기 때문입니다.

니코데모는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요한 3,4)라고 반문하며 철저히 육적인 시각에 갇힌 모습을 보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물과 성령을 통한 변화를 말씀하십니다. 물은 우리의 과거와 죄를 씻어내는 세례를, 성령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시는 새로운 생명을 의미합니다. 부활 시기를 지내는 우리는 이미 세례를 통해 새로 태어난 이들이기에, 이제는 내 힘과 고집이라는 '육'이 아닌 하느님의 이끄심, 곧 '영'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성령으로 태어난 사람은 바람과 같습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소리와 흔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듯 성령의 사람은 세상의 잣대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오늘 제1독서 속 사도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박해자들의 협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기도했으며, 기도가 끝나자 그들이 모인 곳이 흔들릴 정도로 성령으로 가득 차 담대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세상은 그들을 가두려 했지만, 성령의 바람을 탄 그들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증언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며 쉽게 포기하곤 하지만, 부활 신앙은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반드시 변한다"고 선포합니다. 지금 여러분을 짓누르는 고집이나 두려움, 미움과 같은 낡은 자아는 무엇입니까? 오늘 다시 한번 여러분의 영혼을 성령의 바람에 맡겨보시기 바랍니다.

성령은 우리를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하느님이 원하시는 곳으로 이끄십니다. 내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고 흔들린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사도들이 모인 곳이 흔들린 후에 비로소 성령이 가득 찼듯이, 우리 삶의 흔들림 또한 성령께서 새롭게 일하시기 위한 준비 단계일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 성령의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사랑하고 기뻐하는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주님, 제 낡은 마음을 씻어 주시고, 당신의 성령으로 저를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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