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4월 10일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빈 그물을 채우는 아침 식사의 초대
부활의 기쁨이 가득한 팔일 축제의 금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 번째로 나타나신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장소가 꽤 의외입니다. 화려한 성전이나 숨어 지내던 다락방이 아닌, 그들이 본래 살아가던 평범한 삶의 터전인 티베리아스 호숫가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나섰습니다. 부활을 체험했음에도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요한 21,3)라고 말하는 베드로의 모습에서는 다시 옛 생활로 돌아가려는 인간적인 허탈함이 묻어납니다. 그들은 밤새도록 애썼지만 결과는 빈 그물뿐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자신의 경험과 지식, 노력만을 믿고 밤낮으로 그물을 던지지만, 정작 아침이 밝았을 때 허무함만을 손에 쥐게 되는 영적인 빈 그물의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날이 밝아올 무렵, 해변에 나타난 낯선 이가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보라고 권합니다. 베테랑 어부들이 목수의 아들인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자기 고집을 꺾고 그 말씀에 순명했을 때 그물은 백쉰세 마리의 커다란 물고기로 가득 찼습니다. 기적은 나의 능력이 출중할 때가 아니라,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님의 방식에 따를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주님이십니다"(요한 21,7)라는 요한의 외침에 베드로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해변에서 제자들을 맞이한 것은 숯불 위에 놓인 따뜻한 생선과 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제자들을 꾸짖는 대신, 밤새 추위와 허기에 지친 그들을 위해 직접 아침 식사를 차려주셨습니다. 우리가 믿는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의 실수와 나약함을 다 아시면서도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분이며, 지친 우리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요한 21,12)라고 손을 내미시는 따뜻한 분입니다.
이 사랑의 체험은 베드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빈 그물을 보며 절망하던 어부가 어떻게 성전 경비병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사도 4,12)이라고 외치는 반석과 같은 증인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호숫가에서 자신을 위해 아침을 차려주신 주님의 극진한 사랑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이 '빈 그물'처럼 느껴지십니까? 혹시 내 고집대로만 그물을 던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시다. 주님은 지금도 여러분의 삶이라는 호숫가에 서서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요한 21,6)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만큼은 내 생각과 조금 다르더라도 주님의 말씀대로 행동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분이 차려주신 성찬의 식탁인 미사에서 새 힘을 얻으십시오.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시는 사람만이 세상 풍파 속에서도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그물을 가진 사람 낚는 어부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 제 텅 빈 마음의 그물을 보소서. 당신의 말씀으로 채워 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저를 다시 일으켜 주소서.” 아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