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3일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살아내는 신앙
사순 시기를 지내며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거룩해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기도 시간도 늘리고, 희생도 바칩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런 겉모습을 예리하게 파고드십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꾸짖으시며, 우리 신앙의 본질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짚어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아주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십니다.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이사 1,16). 이 씻음은 단순히 성당에 와서 고해성사를 보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진짜 ‘씻음’이 무엇인지 하느님은 설명하십니다. “내 눈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 버려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이사 1,16-17). 진정한 회개는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 손과 발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내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억눌렀던 손을 씻고, 그 손으로 이웃의 눈물을 닦아줄 때 우리의 영혼은 비로소 깨끗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을 보며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 23,3)라고 탄식하십니다. 우리 역시 이 말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서는 화만 내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으로는 앙심을 품고 살 때가 많습니다.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하느님은 속일 수 없습니다. 신앙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하느님과 나 사이의 진실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뱉은 말 중에 내 삶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정직하게 들여다봅시다.
바리사이들은 사람들에게 “랍비”(스승님)이라 불리는 것을 즐겼고, 잔칫집의 윗자리를 탐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SNS의 ‘좋아요’나 사람들의 인정에 목을 매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3,11). 하느님 나라의 계급은 세상의 계급과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가장 많이 베푸는 사람,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하는 사람이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높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릴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사순 시기는 우리 영혼의 거품을 걷어내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는 마음, 내가 이만큼 신앙생활 잘하고 있다는 우월감, 남에게는 엄격하면서 나에게는 관대한 위선의 누룩을 오늘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깨끗이 씻어냅시다. 오늘 하루, 거창한 말보다는 ‘이름 없는 친절’ 하나를 실천해 보십시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하느님만은 보시는 그 작은 섬김이, 여러분을 하늘나라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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