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간 월요일
열린 눈, 감긴 눈
성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림의 깊은 밤, 우리는 하늘에 떠오를 별을 기다립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진리를 알아보는 눈에 대해 서로 대조적인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한쪽은 멀리서도 빛을 알아보았고, 다른 한쪽은 바로 앞의 빛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주인공은 발라암입니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이민족 주술사였습니다. 모압 임금은 그를 돈으로 매수하여 이스라엘을 저주하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영이 그에게 내리자, 그는 저주 대신 축복을 쏟아냅니다. 그는 자신을 “눈이 열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 전능하신 분의 환시를 보는 사람”(민수 24,3-4 참조)이라고 소개하며, 먼 훗날 일어날 위대한 사건을 예언합니다.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민수 24,17).
그는 비록 이방인이었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임금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진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열린 눈은 수백 년 뒤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라는 ‘별’을 미리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는 당대 최고의 종교 전문가들인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성전 안에 서 계신 예수님께 다가와 따져 묻습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마태 21,23). 그들은 하느님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하느님의 아드님이 바로 눈앞에 서 계시는데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아니, 알아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요한의 세례가 어디서 온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을 때, 그들의 태도를 보십시오. 그들은 진실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합니다.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왜 안 믿었냐고 할 것이고, 사람에게서 왔다고 하자니 군중이 두렵소”(마태 21,25-26 참조). 결국 그들은 “모르겠소”라고 대답합니다. 이것은 정말 답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진실을 말했을 때 자신들이 입을 손해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외면한 것입니다. 그들의 눈은 욕심과 두려움으로 꽉 막혀 있었기에, 바로 앞에 계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누구를 닮아 있습니까? 발라암처럼 비록 부족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는 열린 눈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니면 수석 사제들처럼 나의 이익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요리조리 계산하며 진실을 외면하는 감긴 눈을 가지고 있습니까? 권한을 묻는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진리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사람, 계산기만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신비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림 시기는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세속적인 계산을 걷어내는 시간입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손해 보지 않을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두려움을 내려놓읍시다. 그리고 발라암처럼 단순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주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제 삶의 자리에서 당신이 떠오르는 별임을 알아보게 하시고, 계산하지 않고 당신을 따르게 하소서.” 우리가 진심으로 주님을 찾을 때, 야곱의 별이신 예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 마음의 어둠을 밝혀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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