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은총의 허리띠를 매고 깨어 기다리는 행복
혹시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군대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마음, 멀리 떠난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 혹은 중요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마음. 그 기다림의 시간은 때로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다림 속에는 설렘과 희망이 함께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인의 삶이 바로 ‘깨어있는 기다림’의 자세여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이 모습은 그냥 멍하니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이 아닙니다. ‘허리에 띠를 맨다’는 것은 언제든 즉시 일하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등불을 켜 놓는다’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주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주인을 향한 사랑과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능동적이고 희망에 찬 기다림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깨어 기다리는 종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아주 파격적인 모습으로 설명하십니다.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루카 12,37)라고 약속하십니다. 세상에 이런 주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는 하늘나라의 질서가 세상의 논리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주님께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광과 사랑으로 우리의 작은 충실함을 되갚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이렇게 깨어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영적으로 잠이 듭니다. 세상의 걱정과 유혹이라는 어둠 속에서 신앙의 등불이 꺼져갈 때도 많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쉽게 지치고 넘어지는 것일까요? 바로 이 질문에, 오늘 제1독서 로마서의 말씀이 심오한 답을 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인류의 역사를 거대한 두 인물, 아담과 그리스도의 이야기로 요약합니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로마 5,19).
아담 한 사람의 죄로 인해, 우리 모두는 죄와 죽음의 권세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어둠으로 끌려 들어가고 영적으로 잠들려 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이 거대한 잠의 세력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절망의 자리에서 바오로 사도는 기쁨에 차 외칩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의 순종과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아담이 가져온 죄와 죽음의 힘을 압도하고도 남는, 비교할 수 없이 더 큰 ‘은총의 폭포수’가 우리에게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죄가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면, 은총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끕니다.
이 두 말씀을 연결해 보십시오. 우리가 어떻게 밤늦도록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켤’ 힘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의지력이나 결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바로 로마서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은총’이 우리의 허리띠가 되고, 우리 등불의 기름이 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우리가 미사에 참여하여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몸을 받아 모시는 것, 이것이 바로 꺼져가는 우리 등불에 은총의 기름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통해 죄의 어둠을 씻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죄로 인해 풀어진 우리의 허리띠를 주님의 용서로 다시 동여매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주님과 대화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잠든 영혼을 깨워 주인을 기다리는 설렘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기다림은 더 이상 막연하고 불안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죄를 이기시고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동참하는, 희망에 찬 기다림입니다. 주님께서 언제 오시든, 한밤중에 오시든 새벽녘에 오시든, 그분을 깨어 맞이하는 종의 행복은 이미 우리의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는 지금 깨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혹시 세상사에 취해 영적으로 잠들어 있다면, 다시금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죄의 무기력함이 아니라 은총의 활기참 안에서, 기쁘게 주님을 기다리는 충실한 종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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