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6월 30일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흔들리지 않는 믿음

오늘은 어제 대축일을 지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뒤를 이어, 네로 황제의 박해 아래 로마에서 장렬히 순교한 '로마 교회의 첫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타난 호수의 풍랑과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가 전하는 준엄한 경고는, 우리가 마주하는 시련의 참된 의미와 그 이면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깊이 묵상하게 합니다.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배에 올랐으나 곧 거센 풍랑을 마주합니다. 배 안으로 물이 들이쳐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듯한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배 뒤편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계십니다. 겁에 질린 제자들은 주님을 깨우며 외칩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마태 8,25). 이 배는 곧 우리의 인생이자 교회를 상징합니다. 살아가며 건강의 위기나 경제적 고난, 관계의 균열이라는 거친 파도를 만날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라며 원망 섞인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록 주님이 잠들어 계신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분은 늘 우리 삶의 배 안에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잠에서 깨어나신 예수님께서는 풍랑을 잠재우시기 전, 먼저 제자들의 약한 믿음을 지적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8,26). 예수님이 곁에 계심에도 두려움에 떤다는 것은, 주님의 현존보다 눈앞의 파도를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이 누구신지, 곧 파도보다 더 크신 분이며 그분이 계신 배는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잠시 망각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리는 로마의 첫 순교자들은 이 진리를 생명으로 증언한 분들입니다. 그들은 박해라는 광풍 속에서도 주님이 함께 계심을 굳게 믿었기에, 죽음의 파도를 넘어 영원한 생명의 항구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하느님의 엄중한 경고를 사자의 포효에 비유하며 전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죄에 물들어 있었고, 예언자는 "이스라엘아, 너의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라" (아모 4,12)라고 외칩니다. 인생의 풍랑은 때때로 우리를 정화하는 도구가 됩니다. 평온할 때는 보이지 않던 우리의 교만과 불신이 시련의 파도가 칠 때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풍랑은 우리를 침몰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의지하던 가짜 구명보트인 재물이나 명예, 자신의 힘을 과감히 버리고 오직 예수님이라는 굳건한 반석만을 붙잡게 하기 위해 찾아오는 은총의 기회입니다.

지금 내 인생의 배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는 파도는 무엇입니까? 나는 풍랑 속에서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주님을 끝까지 신뢰합니까, 아니면 파도 소리에 매몰되어 절망하고 있습니까? 신앙은 풍랑이 없는 안전한 항로만을 보장받는 티켓이 아닙니다. 오히려 거센 풍랑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라면 안전하다는 것을 믿는 관계의 힘입니다. 로마의 순교자들은 사자의 이빨과 불길 앞에서도 주님과 함께 한 배에 타고 있었음을 기억합시다.

오늘 하루,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불안이 밀려올 때 내 마음 한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여 봅시다. "주님, 당신이 계시니 저는 괜찮습니다. 이 풍랑을 잠재워 주시고 제 믿음을 굳건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말씀 한마디로 거친 바람과 호수를 가라앉히셨듯, 여러분의 영혼에도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화를 내려주실 것입니다.

“평화의 주님, 저희가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 당신의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로마의 순교자들이 보여준 그 굳건한 신뢰를 저희에게도 주시어, 어떤 시련 속에서도 당신이 저희 배의 키를 잡고 계심을 믿게 하소서. 저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당신의 말씀으로 고요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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