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6월 26일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영혼의 성전 재건
오늘 전례의 말씀은 우리 신앙의 자부심이었던 화려한 성전이 파괴되는 비극과 사회적으로 죽은 이와 다름없던 한 인간의 몸이 회복되는 희망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우리를 깊은 묵상으로 초대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유다 왕국이 바빌론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는 참혹한 역사를 전합니다. 성벽은 허물어지고 하느님의 거처였던 거룩한 성전은 불타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당신의 집이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셨을까? 그것은 이미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하느님이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삶 속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는 건물로서의 성전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면의 본질이 사라진 껍데기뿐인 신앙은 시련의 순간에 우리를 지켜줄 힘이 없습니다.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의 비극과 달리, 복음에서는 무너진 한 인간의 삶이 재건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당시 죄인 취급을 받으며 공동체에서 쫓겨나 살아야 했던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태 8,2). 그는 자신의 욕심대로 고쳐달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주도권을 주님께 맡기는 철저한 겸손을 보였으며, 비록 일그러지고 무너진 삶일지라도 주님께서 원하신다면 다시 세워질 수 있다는 전적인 신뢰를 고백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반응은 가히 파격적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부정한 이에게 손을 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주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주님은 화려하지만 비어버린 예루살렘 성전보다, 지금 눈앞에서 신음하는 가엾은 영혼의 성전을 회복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셨습니다. 주님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는 병이 치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절되었던 세상과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인간이 만든 형식을 넘어 상처 입은 이의 아픔을 가장 먼저 어루만지십니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시다. 나의 신앙은 화려한 건물이나 형식적인 종교 행위에 머물러 있습니까, 아니면 주님의 손길이 절실한 내면의 가난함에 머물러 있습니까? 나는 내 삶의 무너진 부분들을 보며 절망하고만 있습니까, 아니면 주님의 권능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분 발치에 엎드리고 있습니까?
우리의 마음이 교만과 죄로 가득 찰 때 영혼의 성전은 바빌론 군대 앞에 선 예루살렘처럼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주님께 다가갈 때, 최고의 건축가이신 주님은 기꺼이 손을 내밀어 우리를 다시 세워주십니다. 오늘 하루, 내 힘으로는 도저히 깨끗하게 할 수 없는 나의 약점들을 주님께 가져갑시다. 침묵 중에 주님이 내미시는 자비의 손길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치유자이신 주님, 저희의 교만으로 무너진 마음의 성전을 가엾이 여기소서. 나병 환자처럼 비참한 처지에서도 당신의 선하심을 의심하지 않았던 그 믿음을 저희에게 주소서. 당신의 따스한 손길로 저희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고, 저희 또한 상처 입은 이웃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자비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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