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6월 10일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신앙
오늘 우리는 구약의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가 보여준 타협 없는 믿음과 예수님께서 일깨워 주시는 율법의 참된 의미를 함께 묵상합니다. 이 두 말씀은 우리가 단순히 겉모양만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 중심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지 우리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엘리야 예언자는 카르멜산 위에서 온 이스라엘 백성과 바알 예언자들 앞에 당당히 섭니다. 당시 백성들은 하느님도 믿고 싶고 풍요를 약속하는 바알 신도 놓치고 싶지 않아, 이른바 양다리를 걸친 채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엘리야는 그들의 정곡을 찌르며 외칩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절뚝거릴 작정입니까? 주님께서 하느님이시라면 그분을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십시오"(1열왕 18,21). 신앙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보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결정하고 투신하는 선택입니다. 엘리야의 간절한 기도에 하느님께서 불로 응답하셨을 때, 백성들은 비로소 하느님의 현존 앞에 엎드렸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과 세상을 동시에 잡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오직 주님만을 향한 일편단심의 믿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대한 당신의 근본적인 태도를 밝히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당시 사람들은 율법을 그저 지켜야 할 무거운 규정이나 자유를 억압하는 제약으로 여겼지만, 율법의 참된 본질은 바로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문구 하나하나에 얽매여 타인을 단죄하는 차원을 넘어, 문구에 담긴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삶으로 살아내심으로써 율법을 완성하십니다. 아주 작은 계명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씀은, 우리 일상의 사소한 사랑의 행위들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무엇보다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뜻입니다.
카르멜산의 제물을 태운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의 불이었습니다. 우리 신앙의 규칙들이 메마른 율법주의로 흐르지 않으려면, 우리 마음속에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의 불꽃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사랑 없는 의무 이행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중심 없는 열정은 쉽게 사그라들기 때문입니다. 율법을 지키기 때문에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분의 말씀을 기쁘게 지키는 삶이 바로 예수님이 바라시는 율법의 완성입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오늘 하느님과 세상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마음의 무게를 두고 있습니까?. 내가 계명을 지키는 이유가 벌을 피하기 위한 두려움 때문입니까, 아니면 주님을 향한 사랑 때문입니까?. 참된 신앙은 거창한 업적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만나는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바쁜 일상 속에서 주님을 기억하며 바치는 짧은 화살기도와 같은 가장 작은 계명을 사랑으로 실천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카르멜산의 엘리야처럼 오직 주님만을 내 하느님으로 모시며, 주님의 말씀을 사랑으로 완성해 나가는 복된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 저희가 세상의 유혹 앞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비겁한 신앙인이 되지 않게 하소서. 오직 당신만이 저희의 하느님이심을 선포하게 하시고, 당신의 계명을 사랑의 마음으로 실천함으로써 저희 삶 속에서 율법의 완성을 이루게 하소서.” 아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