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4월 24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

 

회심과 성체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교 역사상 가장 극적인 두 사건을 마주합니다. 하나는 교회의 박해자였던 사울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사도 바오로로 거듭나는 회심의 현장이며, 다른 하나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주겠다고 선포하시는 성체성사의 신비입니다.

첫째, 때로는 빛에 눈이 멀어야 진정한 진리가 보입니다. 사울은 기고만장하여 그리스도인들을 잡아 가두려 다마스쿠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느님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고 굳게 믿었지만, 강렬한 빛 속에서 주님을 만나는 순간 말에서 거꾸러지고 눈이 멀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사울은 눈이 멀었을 때 비로소 자기 내면의 어둠을 보았고, 주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도 때로 내 고집과 가치관이 너무 뚜렷해서 곁에 계신 주님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장애물은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은총의 초대입니다.

둘째, 주님은 우리와 온전히 하나 되어 계십니다. 예수님은 사울에게 "왜 내 제자들을 괴롭히느냐?"라고 묻지 않으시고,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라고 물으셨습니다. 이는 주님과 우리 믿는 이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몸임을 뜻합니다. 여러분이 아플 때 주님도 아파하시고,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주님도 기뻐하십니다. 사울은 이 짧은 대화를 통해 교회가 곧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놀라운 신비를 깨달았습니다. 우리 곁의 형제자매를 대하는 태도가 곧 주님을 대하는 태도임을 잊지 맙시다.

셋째, 주님을 먹어야 우리는 진정으로 살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라며 논란을 벌였으나, 이는 여전히 육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더욱 강하게 생명의 신비를 선포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성체성사는 단순히 기억하는 예식이 아니라, 주님의 생명이 내 피와 살이 되어 내가 주님처럼 생각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생명의 전이입니다. 우리가 모시는 성체는 우리 영혼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우리는 오늘 사울의 변화를 보며 희망을 얻습니다. 아무리 완고한 사람도 주님의 빛 앞에서는 녹아내리기 마련입니다. 나 자신도, 내가 포기하고 싶었던 그 사람도 주님의 은총 안에서는 언제든 이방인의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눈멀게 하고 고집스럽게 만드는 '자기만의 다마스쿠스 길'은 어디입니까? 

오늘 주님의 살과 피를 모시는 마음으로 그분 앞에 겸손히 엎드립시다.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라고 묻는 사울의 질문이 우리의 매일의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을 알아갈수록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주님과 하나 되어 세상을 비추는 또 다른 빛이 될 것입니다.

“주님, 저희의 완고한 눈을 뜨게 하소서. 당신의 살과 피로 저희를 채우시어, 저희가 당신 안에 머무르며 당신의 사랑을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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