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4월 17일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우리의 ‘빵 다섯 개’
오늘 우리는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기적 중 하나인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을 마주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이 단순히 과거에 기적을 베푸신 분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의 다양한 허기를 채워주시는 생생한 현존임을 믿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요한 6,5)라고 질문을 던지십니다. 이는 필립보가 답을 몰라서 물으신 것이 아니라, 그의 ‘믿음의 용량’을 시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필립보는 즉시 인간적인 계산기를 두드리며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요한 6,7)라고 답변합니다. 우리 역시 인생의 문제 앞에서 자신의 재산이나 인맥, 능력만을 계산해 보고 “안 됩니다, 불가능합니다”라고 결론 내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바로 나의 계산이 끝나는 지점에서 하느님의 일이 시작됨을 믿는 것입니다.
이때 안드레아는 한 어린아이가 가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옵니다. 장정만 오천 명인 군중 앞에서 그것은 턱없이 부족하고 보잘것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작고 초라한 봉헌을 손에 들고 감사 기도를 드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기적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작은 정성, 곧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쉬운 사소한 희생을 주님 손에 올려드릴 때 일어납니다. 주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으시고, 그 부족함을 기꺼이 내어놓는 마음을 통해 풍요를 만드시는 분입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일은 세상의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율법 교사 가말리엘은 박해받는 사도들을 두고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사도 5,39)는 현명한 말을 남깁니다. 사도들은 매를 맞으면서도 기뻐했는데, 이는 오천 명을 먹이시고 죽음을 이기신 주님이 자신들과 함께 계심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이 흔들리고 시련을 겪더라도, 그것이 주님을 향한 길이라면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역사는 늘 부족함에서 시작하여 넘침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기적 끝에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요한 6,12)고 당부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비에는 낭비가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드린 아주 작은 정성 하나도 결코 헛되이 버려지지 않으며, 반드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양식으로 사용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짓누르는 ‘허기’는 무엇입니까? 외로움이나 불안 혹은 무력감입니까? 그리고 오늘 여러분이 주님 손에 올려드릴 수 있는 ‘보리 빵 다섯 개’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작은 친절이나 화살 기도 혹은 누군가를 향한 용서일 수 있습니다. 이제 내 계산기를 잠시 내려놓고 주님의 풍요로움을 신뢰해 봅시다. 우리가 가진 것을 주님께 온전히 내어드릴 때, 우리 삶은 겨우 버티는 수준을 넘어 ‘열두 광주리가 남는 풍성한 삶’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주님, 제 보잘것없는 일상을 당신 손에 드립니다. 저를 통하여 당신의 풍요로운 기적을 완성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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