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예!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기 정확히 9개월 전인 오늘,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한 여인의 겸손한 응답을 통해 이 땅에 구체적으로 시작된 날이죠. 사순 시기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오늘 잠시 참회를 멈추고,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의 신비를 기뻐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간 곳은 화려한 성전도, 왕궁도 아닌 갈릴래아의 이름 없는 동네 나자렛이었습니다. 마리아 역시 특별한 기도를 하던 중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종종 '나중에 준비가 되면', '환경이 좋아지면' 하느님을 잘 섬기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가장 평범한 오늘,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그분의 초대에는 예고편이 없습니다. 본편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시작됩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1,30)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때로 우리의 상식과 계획을 완전히 뒤흔들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마리아는 무작정 맹목적으로 믿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라고 정직하게 묻습니다. 신앙은 질문을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나의 당혹감과 의문점을 솔직하게 내어놓는 대화입니다. 우리가 정직하게 물을 때, 하느님께서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는 더 큰 확신으로 답해주십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결국 마리아의 대답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 짧은 대답은 단순한 수동적인 복종이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하느님의 손에 맡기겠다는 가장 능동적이고 용기 있는 결단입니다. “예!”라는 한마디를 통해 하늘과 땅이 만났고,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의 예수님 말씀처럼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9)라는 순명이 마리아를 통해 완성된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각자의 나자렛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 혹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제안을 하실 때, "안 됩니다", "못 합니다", "나중에요"라며 도망치고 있지는 않나요? 신앙은 하느님께 주도권을 내어드리는 모험입니다. 내가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는 길을 잃을까 두렵지만, 하느님께 운전대를 맡기면 우리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다가오는 작은 하느님의 초대들, 곧 미루어 둔 용서, 작은 희생, 진심 어린 기도에 마리아처럼 “예!”라고 응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순명이 하느님의 손길을 거치면, 세상을 구원하는 위대한 기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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