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19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침묵의 순명
오늘은 성모 마리아의 배필이자 예수님의 양부이신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사순 시기의 보라색 제대보가 잠시 흰색으로 바뀌고, 우리는 "대영광송"을 노래하며 교회의 수호자이신 요셉 성인의 덕행을 기립니다. 성경 전체를 통틀어 요셉 성인은 단 한 마디의 말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침묵은 그 어떤 웅변보다 강력한 신앙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자신과 정혼한 마리아가 혼인도 하기 전에 아기를 가졌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당시 율법대로라면 마리아는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기에 조용히 파혼하려 했지만, 꿈속에서 하느님의 천사를 만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마태 1,20). 요셉은 자신의 상식, 체면, 분노를 모두 내려놓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아무런 질문도, 토씨 하나도 달지 않고 즉시 행동에 옮깁니다. 진정한 믿음은 나의 계획이 무너진 자리에서 하느님의 계획을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브라함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너의 후손들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하신 말씀에 따라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을 믿었습니다”(로마 4,18). 이 말은 요셉 성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 했을 때, 헤로데의 칼날을 피해 앞이 보이지 않는 여정을 떠날 때, 요셉은 오직 하느님의 약속 하나만을 붙들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막과 같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요셉 성인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상황이 나아져서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성실하시기에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셉 성인은 평생을 예수님과 마리아의 그림자로 사셨습니다.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성가정의 보호자로서 묵묵히 목수 일을 하며 가정을 지켰고,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셨습니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빛나고 싶어 하지만, 하느님의 나라는 요셉 성인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거룩한 조연’들에 의해 지탱됩니다. 내가 드러나지 않아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기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요셉 성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전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의 의로움이 혹시 타인을 찌르는 비수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의 뜻이 내 계획과 다를 때, 나는 기꺼이 '예'라고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사순 시기 동안 우리는 많은 말을 쏟아내기보다, 요셉 성인처럼 ‘침묵 속의 실천’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억울한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고, 화려한 자리보다는 누군가를 지켜주는 든든한 그림자가 되어주는 삶 말입니다.
오늘 하루, 가정의 수호자이신 요셉 성인께 우리 가족을 보살펴 주시기를, 특별히 가장(家長)들과 노동자들에게 요셉 성인의 강인한 믿음을 나누어 주시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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