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12일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듣고 응답하기

사순 제3주간의 목요일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 신앙생활의 가장 근본적인 태도인 ‘듣고 응답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은 끊임없이 말씀하시고 활동하시는데, 정작 인간은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그분을 외면하는 안타까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해 탄식하십니다. 그들은 순종하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제멋대로 사악한 마음을 따라 고집스럽게 걸었다(예레 7,24). 죄는 대단한 악행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듣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의 목소리 대신 내 욕망의 소리, 세상이 유혹하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때 우리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집니다. 사순 시기는 이렇게 굳어진 목덜미를 부드럽게 풀고, 다시 하느님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시간입니다. 듣지 않는 것이 모든 죄의 시작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것이 마귀의 두목인 베엘제불의 힘을 빌린 것이라며 비아냥거립니다. 이에 예수님은 결정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하느님의 손가락’은 성령을 의미합니다. 거대한 폭풍이나 지진이 아니라, 아주 세심하고 부드러운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마음속의 어둠인 마귀를 몰아낸다는 뜻입니다. 내 안의 미움, 시기,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십니다. 우리가 그분의 손길에 나를 맡길 때, 우리 안에는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덧붙이십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루카 11,23).  신앙에는 적당한 타협이 없습니다. '나쁜 짓은 안 하니까 나는 괜찮아'라는 미온적인 태도는 결국 예수님의 반대편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의 빈 공간에는 더 악한 영들이 언제든 다시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됩니다. 선으로 채우지 않은 마음은 결국 악의 놀이터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 95편은 우리에게 이렇게 노래합니다.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우리를 벙어리로 만드는 마귀는 무엇일까요? 해야 할 사랑의 말을 가로막는 체면, 잘못을 고백하지 못하게 하는 교만, 이웃을 칭찬하지 못하게 하는 시기심 등, 이러한 영적 벙어리 상태를 고치기 위해 오늘 예수님께 다가갑시다.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내 마음을 만지시도록 허용합시다.

오늘 하루, 내 고집을 잠시 내려놓고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그 안에서 나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미세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저희의 마음을 열어 주시어 당신 아드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게 하소서.” 아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묵상] 2025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묵상] 2026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묵상] 2025년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