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25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가장 확실한 기적은 회개

사순 시기의 여정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회개’라는 주제를 마주합니다. 오늘 전례는 알아듣는 사람과 못 알아듣는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늘 독서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즉각 회개한 이방인 니네베 사람들이 등장하고, 복음에는 수많은 기적을 보고도 여전히 표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 대조를 통해 우리의 신앙 상태를 점검해 봅시다.

오늘 복음에서 군중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이미 예수님은 병자를 고치고 마귀를 쫓아내셨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면 믿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해 악한 세대라고 탄식하십니다. 왜 악할까요?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호기심이나 안전을 보장해 줄 마술만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기도할 때 이렇게 떼를 쓸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 이 문제만 해결해 주시면, 제가 정말 열심히 믿겠습니다.” 이것은 신앙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하느님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온전히 신뢰하고 따라야 할 아버지이십니다. 기적을 구하는 마음은 ‘믿음’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1,29). 요나 예언자는 니네베에 가서 화려한 기적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지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 놀랍게도 니네베 사람들은 이 투박한 경고를 듣자마자, 임금부터 짐승까지 단식하고 자루옷을 입으며 회개했습니다. 기적을 봐서 믿은 게 아니라, 말씀이 그들의 양심을 찔렀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신기한 현상보다 더 강력한 기적은, 하느님의 말씀이 내 가슴에 박혀 나를 멈춰 세우는 것입니다. 최고의 표징은 ‘요나의 표징’, 곧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루카 11,32)고 선언하십니다. 요나는 마지못해 말씀을 전한 예언자였지만, 예수님은 말씀 그 자체이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니네베 사람들은 요나의 말만 듣고도 변했는데,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말씀을 매일 듣고도 변하지 않는다면, 심판 날에 니네베 사람들이 우리를 단죄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꾸 밖에서 기적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내면의 기적을 원하십니다. 내면의 기적은 미워하던 사람을 용서하는 기적, 불평하던 입으로 감사하는 기적, 나의 교만과 고집을 꺾고 하느님 뜻에 순종하는 기적입니다.

오늘 하루, 눈에 보이는 표징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마십시오. 이미 우리 곁에는 ‘요나보다 더 크신 분’의 말씀이 성경 안에, 미사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처럼 즉시 말씀에 반응하십시오. “주님, 제 탓입니다. 제가 바꾸겠습니다.” 이 고백이 터져 나오는 순간, 그것이 바로 오늘 여러분이 체험할 최고의 기적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셨다(요나 3,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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