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23일 사순 제1주간 월요일
하늘나라로 가는 기말고사
사순 제1주간 월요일이 밝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시험에 비유하곤 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걱정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승진 시험, 자격증 시험을 치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마지막 순간, 하느님 앞에서 치르게 될 최후의 심판이라는 시험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주십니다. 놀랍게도 그 문제는 교리 지식이나 성경 암기 실력이 아닙니다.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오늘 복음인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 구원받은 의인들도, 벌을 받는 죄인들도 똑같이 묻습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마태 25,37).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마태 25,44).
두 부류 모두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왕관을 쓴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사람인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으로 변장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귀찮아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약한 이들의 모습이 바로 예수님이 현존하는 장소입니다. 하느님은 변장을 하고 우리 곁에 계십니다.
심판받은 이들의 항변을 들어봅시다. 그들은 예수님께 욕을 하거나 때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것을 태만의 죄라고 합니다. “나는 남의 돈을 훔치지 않았어”라며 안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1독서의 결론은 “도둑질하지 마라”에서 멈추지 않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로 나아갑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내 옆의 동료가 힘들어하는데 모른 척하는 것, 가난한 이웃을 보고도 내 주머니만 챙기는 것. 냉냉한 무관심이 바로 예수님을 문전박대하는 죄가 됩니다. 나쁜 짓을 안 했다고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고 명령하십니다. 많은 사람이 거룩함을 조용한 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으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기도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기도의 힘이 생활 속의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거룩함입니다. 진정한 거룩함은, 미운 사람에게 앙갚음하지 않는 것, 남을 험담하지 않는 것, 배고픈 이에게 밥 한 끼를 사주는 것, 외로운 이의 말벗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 바로 거룩함이 완성되는 곳입니다. 거룩함은 성당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하느님께서 내주신 실기 시험 시간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나는 까칠한 직장 동료, 도움을 청하는 낯선 사람 혹은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바로 변장한 예수님일 수 있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이 말씀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 무관심의 안경을 벗고 사랑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봅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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