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22일
봉헌으로 완성되는 기쁨
성탄이 이제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전례는 구약과 신약의 두 위대한 여인, 한나와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참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두 여인의 공통점은 받은 은혜를 움켜쥐지 않고,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렸다는 점입니다.
제1독서의 한나를 보십시오. 그녀는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여인이었습니다. 하느님께 “아들 하나만 주시면 그를 주님께 바치겠습니다”라고 서원 기도를 바쳤습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 응답하시어 사무엘을 얻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그토록 어렵게 얻은 금쪽같은 아들이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이 아이는 제 것입니다. 제가 잘 키워서 제 노후를 의지하겠습니다” 하고 품에 꼭 끌어안았을 것입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듯, 서원을 잊거나 미루고 싶은 유혹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나는 아이가 젖을 때자마자 곧바로 성전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엘리 사제에게 말합니다.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드린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1사무 1,27). 한나에게 아들 사무엘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 생명이 하느님께로부터 왔음을 알았기에, 귀한 선물을 다시 주인이신 하느님께 기꺼이 내어드렸습니다. 이것은 아들을 잃는 슬픔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봉헌의 기쁨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성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리아는 지금 구세주를 잉태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최고의 영광이자 특권입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엘리사벳 앞에서 부르는 노래, 마니피캇(Magnificat)을 들어보십시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9). 마리아는 자신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비와 능력임을 고백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높아지는 것을 기뻐한 것이 아니라,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루카 1,52 참조) 하느님의 섭리를 찬양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당신의 아들이라 하여 소유하려 하지 않으시고, 훗날 십자가 발치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아드님을 세상의 구원을 위해 온전히 내어놓으십니다.
오늘 이 두 여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하느님께 받은 것을 당신의 것이라 여기며 움켜쥐고 있습니까, 아니면 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돌려드리고 있습니까?” 우리가 가진 생명, 건강, 자녀, 재물, 재능 등, 이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잠시 맡겨주신 선물입니다. 한나처럼 “주님, 이것은 당신이 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위해 쓰십시오” 하고 내어놓을 때, 그 선물은 더욱 거룩하고 빛나는 것이 됩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마리아처럼 “이 모든 좋은 일은 주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하고 찬미를 돌려드릴 때, 우리의 영혼은 교만이 아니라 참된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성탄을 앞둔 오늘, 내가 그토록 간절히 청해서 얻은 것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축복들을 떠올려 봅시다. 그리고 그것을 내 욕심의 방에 가두지 말고, 봉헌과 찬미를 통해 하느님께 되돌려 드립시다. “주님, 당신이 주신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께 바칩니다. 저의 봉헌을 받아주소서.” 우리가 빈손이 되어 하느님께 나아갈 때, 아기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라는 가장 큰 선물로 우리 빈손을 가득 채워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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