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1월 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작지만 위대한 봉헌
오늘 우리는 베트남 교회의 초석이 된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념합니다. 이분들은 박해의 칼날 앞에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셨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 순교자들이 어떻게 그토록 엄청난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그 봉헌의 신비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것은 거창한 영웅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전부를 맡기는 작지만 위대한 믿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 사람들이 봉헌하는 모습을 지켜보십니다. 부자들은 큰돈을 짤랑거리며 넣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과부가 와서 렙톤 두 닢, 지금으로 치면 몇백 원도 안 되는 아주 보잘것없는 돈을 넣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부자들의 헌금은 도움이 되지만, 과부의 헌금은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적은 액수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가는 충격적입니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루카 21,3).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부자들은 풍족한 데에서 얼마를 떼어 넣었지만,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 전부를 넣었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남는 것’을 드렸지만, 과부는 ‘자신’을 드렸습니다. 그녀에게 렙톤 두 닢은 오늘 당장 먹을 빵이었고, 내일의 생명이었습니다. 그녀는 돈을 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과 미래를 통째로 하느님의 손에 맡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순교의 영성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등장하는 다니엘과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바빌론 유배지에서 왕의 화려한 음식과 술을 거부합니다. 그것이 우상에게 바쳐진 부정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왕의 명령을 어기며, 오직 채소와 물만을 선택합니다. 왕의 진수성찬은 세상의 눈에 힘과 성공의 상징이고, 채소와 물은 초라하고 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니엘은 자신의 안락함과 성공을 보장하는 왕의 식탁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법을 따르는 불편함과 가난함을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열흘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들이 궁중 음식을 먹는 어느 젊은이보다 용모가 더 좋고 살도 더 올라 있었다”(다니 1,15). 그들이 바친 것은 음식에 대한 절제라는 작은 봉헌이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이해력과 지혜"(다니 1,17 참조)라는 엄청난 은총으로 갚아 주셨습니다.
오늘 기념하는 베트남의 순교자들도 이 길을 걸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초인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평범한 농부, 어머니,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해자들이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했을 때,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하느님께 드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다니엘처럼 세상이 주는 편안한 삶보다, 고통스럽더라도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주고 있느냐? 남는 것을 주고 있느냐, 아니면 전부를 주고 있느냐?”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기도해야지’, ‘돈을 많이 벌면 그때 가서 기부해야지’, ‘내 코가 석 자인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봉사해야지’. 이러한 생각들이 부자들의 헌금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을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 내 삶의 장신구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거창한 액수의 헌금이나 위대한 업적이 아닙니다. 오늘 과부의 렙톤 두 닢처럼, 지금 나의 부족한 시간, 보잘것없는 재능, 지친 마음이라도 온전히 그분께 의탁하는 믿음입니다. 다니엘의 채소와 물처럼, 세상의 화려한 유혹을 끊어내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작은 결심입니다. 우리가 “주님, 제가 가진 것은 이것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의 전부입니다. 당신께 맡깁니다” 하고 고백하며 나아갈 때, 작은 봉헌은 하느님의 손안에서 기적이 됩니다. 과부의 동전이 복음 속에 영원히 빛나게 되었듯이, 다니엘이 지혜를 얻었듯이, 순교자들이 천상의 영광을 얻었듯이 말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마음속의 렙톤 두 닢을 찾아봅시다. 그것이 용서하기 힘든 마음이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든 혹은 아주 작은 선행의 다짐이든, 남겨두지 말고 전부 봉헌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전부를 받으시고, 당신의 전부인 영원한 생명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성 안드레아 둥락과 동료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며, 우리도 매일의 삶에서 기꺼이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는 작지만 위대한 봉헌의 삶을 살아가길 기도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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