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4월 9일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주님의 선물 세 가지
어제 우리는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다른 이들에게 체험을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그들 한가운데 나타나신 예수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여전히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평화와 현존 그리고 증인이라는 세 가지 선물을 주십니다.
예수님의 첫마디는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였습니다. 이 평화는 단순히 마음이 편안해지라는 덕담이 아닙니다. 스승을 버리고 도망쳤던 제자들의 죄책감을 씻어주시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깨진 관계를 다시 이어주시는 용서의 선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의 과거를 묻지 않으시고,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를 먼저 건네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보고 유령인 줄 알고 무서워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루카 24,39)라고 말씀하시며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직접 잡수십니다. 부활은 머릿속의 환상이나 추억이 아닙니다. 먹고 마시고, 아프고 괴로운 육체적인 현실과 같은 우리 삶의 구체적인 현장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주님은 관념 속에 계신 분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이웃의 얼굴과 우리가 겪는 일상의 고통 속에 살과 뼈를 가진 실재로 계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이 왜 필요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영광으로 이어지는지를 풀이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 삶에 닥치는 고통도 주님의 빛으로 조명되지 않으면 그저 비극일 뿐입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 '아, 그때 그 아픔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과정이었구나'라는 영적인 깨달음이 생깁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모든 조각을 구원이라는 큰 그림으로 완성해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는 솔로몬 주랑에 모인 이들에게 당당하게 외칩니다.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사도 3,15). 증인은 자기가 본 것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부활 시기 동안 무엇을 보셨나요? 내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는 주님의 평화를 느끼셨나요? 보잘것없는 나를 통해 일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발견하셨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은 이제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48). 우리가 대단한 능력을 갖춰야 증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삶에 찾아오신 주님의 평화를 기쁘게 살아내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희망의 모습 자체가 세상에는 가장 강력한 부활의 증거가 됩니다. 오늘 하루, 실체 없는 걱정에 매여 살기보다, 내 곁에 살과 뼈를 가지고 살아계신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당당하게 걸어갑시다. “주님, 저희의 마음을 여시어 당신의 현존을 보게 하시고, 세상 속에서 기쁨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아멘.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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