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31일 성주간 화요일
어둠에서 빛으로
성주간 화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의 분위기는 어제보다 더 어둡고 무겁습니다. 최후의 만찬 식탁, 가장 친밀해야 할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마음이 산란하시어"(요한 13,21) 제자들의 배신을 예고하십니다. 빛과 어둠, 충성과 배신이 한데 뒤섞인 긴박한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봅시다.
식탁에서 예수님께 빵을 받은 유다는 밖으로 나갑니다. 성경은 그때를 이렇게 기록합니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단순히 해가 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빛이신 예수님을 등지고 자기만의 욕망과 계획을 따라 나선 유다의 영혼 상태가 ‘밤’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시선을 피하고 내 고집과 이기심을 선택할 때, 우리 인생이 아무리 밝은 대낮 같아도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 되고 맙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주님의 빛 안에 있습니까, 아니면 나만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있습니까?
베드로는 자신있게 외칩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요한 13,37). 그의 진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함을 몰랐습니다. 인간의 결심은 환경과 두려움 앞에 너무나 쉽게 무너집니다.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가 넘어질 것을 미리 알려주심으로써 나중에 그가 다시 일어설 회개의 징검다리를 놓아주십니다.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약속이 매번 깨질지라도 좌절하지 마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완벽함이 아니라, 넘어진 후에 다시 그분을 찾는 겸손한 마음을 원하십니다.
제1독서에서 주님의 종은 고백합니다.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 버렸다”(이사 49,4).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제자들에게 배신당하고 죽음을 향해 가는 예수님의 모습은 완벽한 실패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계산법은 다릅니다. 그 실패를 통해 이스라엘이 돌아오고, 더 나아가 세상 끝까지 구원의 빛이 퍼져나갑니다. 우리가 겪는 시련과 무기력한 순간들도 하느님의 손길이 닿으면, 누군가를 살리는 빛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시련이 헛되지 않음을 믿는 것, 그것이 성주간을 지내는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는 밤에 떠났고,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할 운명에 처했습니다. 우리 역시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습니다. 유다처럼 주님을 내 이익의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베드로처럼 내 의지만 믿고 큰소리치다가 작은 유혹 앞에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봅시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십시오. 유다와 베드로의 결정적 차이는 ‘다시 돌아왔는가’에 있습니다. 밤은 깊어 가지만, 주님은 여전히 식탁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닭이 울기 전, 우리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분의 자비에 매달리면 어떨까요? 우리의 어둠이 깊을수록, 다가올 부활의 새벽은 더욱 찬란할 것입니다. “주님, 제 안의 어둠을 보게 하시고, 그 어둠 속에서도 당신의 빛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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