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27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

돌 내려놓기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이틀 앞둔 오늘, 복음의 긴장감은 극에 달합니다. 유다인들은 다시 돌을 집어 들었고, 예수님은 당신의 신성을 박해와 위협 속에서도 당당히 증언하십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돌’과 ‘하느님의 일’에 대해 묵상해 봅시다.

오늘 제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방과 모략 때문에 고통스러워합니다. 믿었던 친구들조차 “실수하기만 해 봐라, 보복해주마”라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억울한 오해를 받거나,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입어 고립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예레미야는 절망에 빠지는 대신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예레 20,11). 하느님이 곁에 계시다는 확신은 세상의 어떤 비난도 뚫고 나갈 수 있는 방패가 됩니다. 여러분의 곁에도 지금 주님이 강력한 용사로서 함께 계심을 믿으십시오.

복음에서 유다인들이 돌을 던지려 하자 예수님은 차분히 물으십니다. 나는 아버지의 분부에 따라 너희에게 좋은 일을 많이 보여 주었다. 그 가운데에서 어떤 일로 나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느냐?(요한 10,32). 사람들은 예수님이 행하신 좋은 일들, 곧 치유, 위로, 생명의 빵에는 눈을 감고, 오직 자신들의 율법적 잣대에 어긋나는 말에만 집착했습니다. 우리 역시 누군가를 미워할 때, 그 사람이 평생 쌓아온 수많은 선행은 잊어버리고 단 한 마디의 말이나 실수에 집착하며 마음속의 돌을 집어 들곤 합니다. 주님은 오늘 돌을 내려놓고, 그 사람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일을 먼저 보라고 초대하십니다.

복음의 마지막 장면에서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손에서 벗어나 요한이 세례를 주던 곳으로 가십니다. 그곳은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된 곳이자, 하늘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던 약속의 장소입니다. 거대한 박해와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올 때, 예수님은 맞서 싸우기보다 근원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사순 시기의 막바지에 이른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세상의 소란과 갈등에 휘말리기보다, 내가 처음 주님을 만났던 시간, 세례의 은총이 머무는 고요한 기도의 자리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곳에서 힘을 얻어야만, 다가올 십자가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며 금육을 실천합니다.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넘어, 내 마음속에 남을 치려고 준비했던 ‘비난의 돌’을 식탁 아래로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나를 비방하는 소리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주님이 강력한 용사로서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남의 허물을 찾기보다 그가 행한 작은 선행에서 하느님의 일을 발견하십시오. 마음이 소란할 때는 주님과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 자리, 곧 영적인 요르단 강가로 돌아가 고요히 머무십시오. 우리가 편견의 눈을 씻고 하느님의 일을 바라볼 때, 오늘 복음의 결말처럼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었다”(요한 10,42). “주님, 제 마음의 돌을 내려놓게 하시고, 당신이 제 삶에 베푸신 선한 일들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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