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24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회개의 시선

사순 제5주간 화요일입니다. 이제 성주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영혼은 독이 퍼져 죽을 수도 있고, 다시 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걷다 지쳐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쏟아냅니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 21,5). 그들은 매일 내리는 만나의 기적을 잊어버렸습니다. 감사가 사라진 자리에 불평이 생기면, 우리 영혼에는 ‘불 뱀’이 나타납니다. 불평은 주변 사람뿐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을 먼저 중독시킵니다. 감사가 메마른 삶은 그 자체가 광야이며, 서서히 죽어가는 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평은 우리 영혼을 갉아먹는 독입니다.

하느님은 불 뱀에 물린 이들을 위해 묘한 처방을 내리십니다. 뱀을 없애주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뱀 모양을 한 구리 뱀을 기둥에 달아 그것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왜 하필 뱀일까요? 그것은 내가 저지른 죄, 나를 아프게 한 상처를 똑바로 직시하라는 뜻입니다. 회개는 나의 잘못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나의 부족함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입니다. 구리 뱀을 바라본 이들이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내 안의 어둠을 주님 앞에 내어놓고 바라볼 때, 비로소 치유의 빛이 들어옵니다. 치유는 상처를 직면할 때 시작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들어 올려질 것을 예고하십니다. 구리 뱀이 기둥에 달렸던 것처럼, 예수님도 십자가라는 기둥에 달리실 것입니다. 사람들은 십자가를 실패와 수치로 보았지만, 예수님은 그것이 당신의 정체성, 곧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고통 중에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본다면, 그 안에서 우리를 살리시는 하느님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며 살고 있을까요? 내게 피해를 준 남의 잘못만을 주시하며 분노하고 있나요? 아니면, 내게 없는 것, 부족한 것만 쳐다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옮겨야 합니다. 불 뱀이 기어 다니는 땅바닥, 곧 불평과 미움 대신, 구리 뱀이 달려 있는 기둥, 곧 회개와 자비를 보아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 온 몸을 내어주신 십자가 위의 주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오늘 하루, 입에서 불평이 나오려 할 때마다 십자가를 한 번 더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 한 명도 잃지 않고 살려내기 위해 그 높은 곳에 달려 계십니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민수 2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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