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18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손바닥에 새겨진 이름
사순 제4주간의 수요일입니다. 어제 우리는 38년 된 병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의 자비를 묵상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치유 사건 이후, 예수님께서 당신의 정체성에 대해 유다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설명하시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제1독서인 이사야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끈질긴지를 아름다운 비유로 들려줍니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쳤다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 하느님의 일은 세상을 창조할 때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살리시고, 용서하시고, 길을 잃은 영혼들을 찾아내시는 일을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 ‘안식’이란 당신의 자녀들이 모두 행복과 구원에 도달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우리가 고통 중에 있을 때, 하느님은 팔짱을 끼고 구경하시지 않고, 우리 곁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십니다. 하느님은 쉬지 않고 우리를 위해 일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위로가 되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이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이사 49,14)며 한탄하자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인간의 가장 숭고한 사랑인 모성애조차 때로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그 한계를 넘어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이름을 당신의 손바닥에 새겨두셨습니다. 우리가 죄를 지어 숨어 있을 때도, 절망에 빠져 울고 있을 때도, 하느님은 우리를 늘 기억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독자적인 능력을 자랑하지 않으십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지 않고서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요한 5,19). 예수님의 모든 기적과 말씀은 사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도 그래야 합니다. 내 고집과 계획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하느님 아버지라면 지금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용서하시니 나도 용서하고, 아버지가 가난한 이를 돌보시니 나도 그들을 향해 손을 뻗는 것, 그것이 예수님이 보여주신 아들의 길입니다.
사순 시기를 지내며 우리는 가끔 지칩니다. 내가 바치는 보속과 기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느님을 향해 한 걸음을 뗄 때, 하느님은 이미 나를 향해 열 걸음으로 달려오고 계십니다. 세상이 여러분을 잊은 것 같고, 나조차 스스로를 사랑하기 힘들 때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십시오.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하느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구원 사업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손을 잡으십시오.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는 이에게는 생명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하느님의 손바닥에 새겨진 소중한 존재로서 당당하고 기쁘게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요한 5,2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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