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16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

 

말씀에 대한 신뢰

어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았습니다. 이제 사순 제4주간의 평일을 시작하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더욱 깊은 신뢰의 단계로 나아가라고 초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왕실 관리는 우리에게 믿음의 진화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장엄한 약속을 하십니다. “보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리라”(이사 65,17). 하느님의 본심은 우리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만드신 세상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의 절제와 보속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영혼에 낀 죄의 먼지를 닦아내어 하느님이 약속하신 근원적인 기쁨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기쁨을 위해 만드셨습니다.

왕실 관리는 아들이 죽게 되자 예수님을 찾아와,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시어 아들을 고쳐 주십사고 애원합니다. 그는 예수님이 직접 가서 손을 얹거나 어떤 가시적인 행위를 해야만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뼈아픈 말씀을 던지십니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요한 4,48).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증거가 있어야 믿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상황이 좋아져야 하느님이 계신 줄 알고, 내 기도가 즉각 응답되어야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믿음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분의 약속을 붙드는 것입니다. 표징을 구하는 단계에서 말씀을 믿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왕실 관리와 함께 가시지 않고 그저 말씀만 하십니다.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요한 4,50).놀라운 것은 그 다음 장면입니다. 왕실 관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그냥 떠났습니다. 아직 아들이 나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주님의 말씀 한마디를 보증수표 삼아 집으로 향한 것입니다. 그가 길을 가는 도중에 아들이 나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말씀을 믿고 발걸음을 떼었을 때, 기적은 이미 그의 삶 속에 시작되었습니다. 말씀을 믿고 떠나는 용기가 기적을 부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은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게 되었다(요한 4,53)는 구절로 끝납니다. 한 사람의 절박한 기도가 말씀에 대한 순명으로 이어졌고, 결국 온 가족의 구원으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사순 시기를 보내는 여러분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여전히 내 눈앞에 확실한 표징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오늘 나에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말씀 한 구절을 붙들고 일상의 자리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까?

오늘 하루, 내 뜻대로 상황이 풀리지 않더라도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믿고 평화롭게 머물러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말씀을 믿고 걷기 시작할 때, 우리 삶의 절망적인 소식들은 어느새 하느님의 즐거움과 기쁨으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요한 4,5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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