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14일 사순 제3주간 토요일
자비를 청하는 간절한 마음
사순 제3주간을 마무리하는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 신앙의 가장 깊은 곳, 곧 우리가 하느님 앞에 어떤 자세로 서 있는가를 묻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는 대조적인 두 사람이 성전에 올라가 기도를 바칩니다. 한 명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인 바리사이고, 다른 한 명은 모두에게 손가락질받는 죄인인 세리입니다.
바리사이의 기도를 들어봅시다. 그는 "하느님!" 하고 그분을 불렀지만, 정작 기도의 내용은 온통 자기 자랑뿐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카 18,11-12). 그의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가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독백이었습니다.
반면 세리는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18,13). 세리는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만을 붙들었습니다. 화려한 성적표를 들고 온 바리사이가 아니라, 빈 손으로 당신의 자비만을 청한 세리를 하느님은 의롭게 여겨 주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자는 하느님의 절절한 마음을 전합니다.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신의다.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다"(호세 6,6). 우리가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사순 시기 동안 절제를 실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신심 행위의 핵심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자비로운 마음을 닮는 것'이어야 합니다. 나의 신앙생활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을 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바리사이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사순 시기는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 없이는 나는 조금도 살 수 없는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은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닫힌 마음에는 들어가실 틈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주님, 저는 부족합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고백하는 부서진 마음에는 기꺼이 당신의 은총을 가득 채워주십니다. 부서진 마음이 하느님을 모시는 성전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바리사이를 찾아봅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까?' 하며 남을 판단하는 마음, '나는 이 정도면 신앙생활 잘하고 있지' 하는 영적 교만, 이런 마음의 포장지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세리처럼 하느님 앞에 벌거벗은 마음으로 서 봅시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당신의 자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자신을 낮추어 하느님의 발치에 머물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사랑으로 높여주시고, 진정한 평화를 선물하실 것입니다. "주님, 저희의 마음을 굽어보시어, 저희가 오직 당신의 자비만을 신뢰하게 하소서." 아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