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3월 11일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율법의 알맹이
사순 시기를 지내며 우리는 평소보다 더 많은 규칙을 생각합니다. 단식과 금육을 지키고, 기도 시간을 정하며, 절제된 생활을 하려 애씁니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내가 이것을 지켰나, 안 지켰나?'라는 형식적인 잣대에만 매몰되기 쉽습니다. 오늘 하느님 말씀은 법을 지키는 행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의 규정을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말을 덧붙입니다.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면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신명 4,6). 세상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자유이고,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질서 안에 머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복된 길임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십계명과 복음의 가르침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죄의 늪에 빠지지 않고 생명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안전장치입니다. 하느님의 법은 우리를 옥죄는 사슬이 아니라, 생명의 길입니다.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마태 5,19)라고 경고하십니다.
우리 삶의 작은 것들은 무엇일까요? 미사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정성, 식사 전・후 기도를 잊지 않는 마음, 내 곁의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과 같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우리의 영성이라는 큰 집을 짓습니다. '이 정도쯤이야 괜찮겠지'라는 타협이 우리 영혼의 틈을 만듭니다. 사순 시기는 이러한 작은 부분까지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심하게 채우는 시간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마지막 절은 우리에게 중요한 권고를 합니다.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너희가 두 눈으로 본 것들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신명 4,9).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큰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잊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무거운 의무가 아니라 그 사랑에 응답하는 기쁜 초대가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습관적으로 지키던 작은 규정들에 사랑의 마음을 더해 보면 어떨까요? 법은 차갑지만, 그 법을 실천하는 여러분의 마음은 하느님을 닮아 따뜻해질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그분의 법을 따르는 이들,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찾는 이들!(시편 119,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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