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9일 연중 제5주간 월요일

옷자락을 잡는 간절함

새로운 한 주간을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주말의 쉼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의 분주함 속으로 들어가는 우리에게, 오늘 말씀은 하느님의 현존을 어떻게 감지하고, 그분을 만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이 계신 두 가지 장소를 보여줍니다. 하나는 엄숙한 성전이고, 다른 하나는 먼지 풀풀 나는 길거리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솔로몬은 새로 지은 성전의 지성소 안으로 계약 궤를 옮깁니다. 계약 궤 안에는 십계명이 새겨진 돌 판이 들어있었습니다. 궤가 자리를 잡자 구름이 성전에 가득 차고, 주님의 영광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사제들은 서 있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때의 하느님은 경외의 대상입니다. 감히 가까이 가기 힘들고, 그분의 위엄 앞에 납작 엎드려야 하는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입니다. 솔로몬은 “주님께서는 짙은 구름 속에 계시겠다 하셨습니다”(1열왕 8,12)라고 고백합니다. 때때로 우리도 신앙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은 너무 멀고, 높고, 어렴풋한 구름 속에 계신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겐네사렛 호숫가에 내리신 예수님은 구름 속에 숨어 계신 분이 아니라, 병자들과 땀 냄새 나는 군중 속에 섞여 계신 분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이 계신 곳으로 병자들을 침상에 눕혀 서둘러 데려옵니다. 그리고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간청합니다(마르 6,56 참조). 

솔로몬 시대에 지성소에 있던 사제들은 하느님의 영광 때문에 서 있지도 못했지만, 겐네사렛의 병자들은 예수님을 붙잡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지성소의 휘장을 찢고 나오셔서, 우리 삶의 가장 아프고 낮은 곳, 곧 장터와 길거리로 오셨습니다. 거룩한 성전뿐만 아니라, 내가 일하는 사무실, 요리하는 부엌, 병원의 침상 그 어디든 믿음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주님은 계십니다.

겐네사렛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째, 그들은 예수님을 보자마자 그분이 누구신지 알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은총의 순간들을 우리는 예수님의 손길로 얼마나 알아보고 있나요? 둘째, 그들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예수님의 옷자락이라도 잡으려 했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때로 건조한 이유는, 하느님을 구름 속의 신으로만 모셔두고, 내 삶의 구체적인 문제 안으로 모셔오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기도해도 되나?' 싶을 때가 바로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 월요일, 여러분의 일터와 가정은 겐네사렛 호숫가와 같습니다. 일이 꼬이고 몸이 힘들 때, 멀리 계신 하느님을 찾는 대신, 바로 여러분 곁을 지나가시는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는 심정으로 이런 화살기도를 바치십시오. “주님, 제 힘으로는 안 됩니다. 당신 옷자락이라도 잡고 싶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 간절한 손길이 닿는 순간, 성전의 구름 같은 하느님의 영광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평화로 내려앉을 것입니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마르 6,5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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