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7일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지혜로운 쉼

한 주간을 마무리하는 토요일입니다. 분주했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주님 앞에 모인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지혜와 평화가 함께하기를 빕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쉼과 듣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현대인들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바쁜지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삶의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점검하라고 초대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솔로몬은 왕위에 오른 뒤 하느님께 번제물 천 마리를 바치며 기도를 드립니다. 꿈에 나타나신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이때 솔로몬의 대답은 놀랍습니다. 그는 장수도, 부귀영화도, 원수의 목숨도 청하지 않습니다.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1열왕 3,9).

우리가 흔히 ‘지혜’라고 번역하는 단어의 원래 뜻은 ‘듣는 마음’입니다. 참된 지혜는 내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경청하고 백성의 아픔을 귀담아듣는 마음의 귀에서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기도를 너무나 기특하게 여기시어, 솔로몬이 청하지 않은 부와 명예까지 덤으로 주셨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어떤가요? 내 말만 쏟아내고 있지는 않나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먼저 내 입을 다물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가장 위대한 기도는 ‘듣는 마음’을 청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도들은 전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신이 나서 예수님께 보고합니다. 성취감에 들떠 있기도 하고, 지쳐 있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처방을 내리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예수님은 ‘일 중독’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영혼이 고갈되고, 나중에는 내가 하는 일이 하느님의 일인지, 내 욕심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가신 외딴곳은 단순히 노는 곳이 아니라,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하느님과 마주하는 기도의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쉬어야만 다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열심히 일한 영혼에게는 ‘쉼표’가 필요합니다. 쉼을 통해 측은지심을 회복하십시오.

예수님과 제자들은 쉬러 갔지만, 군중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 좀 쉬자는데 왜 이래!" 하며 짜증을 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휴식은 우리 마음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하느님 안에서 푹 쉬고 난 사람은 이웃을 바라볼 때 짜증 대신 연민과 사랑을 느낄 여유가 생깁니다. 솔로몬이 청했던 ‘듣는 마음’도, 예수님이 보여주신 ‘가엾은 마음’도 모두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고요함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주말, 여러분을 ‘외딴곳’으로 초대합니다. 거창한 피정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TV와 스마트폰을 잠시 끄고, 단 10분이라도 침묵 속에 머무르십시오. 그리고 솔로몬처럼 기도해 보십시오. “주님, 세상 소리에 지친 제 귀를 씻어 주시고, 당신의 뜻을 알아듣는 ‘듣는 마음’을 주십시오.” 잘 쉬는 것이 잘 믿는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참된 휴식을 누리는 주말 되시기를 빕니다. 아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묵상] 2025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묵상] 2026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묵상] 2025년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