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멀리 갈 수 있는 가벼움

오늘은 3세기 로마의 박해 시대에 자신의 신앙과 정결을 지키기 위해 모진 고문을 견디고 순교하신 성녀 아가타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 인생의 여정에서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윗 왕은 임종을 앞두고 아들 솔로몬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이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부자가 되어라”나 “영토를 넓혀라”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너는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라.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1열왕 2,2-3).

다윗은 알았습니다. 왕좌도, 재물도 영원하지 않지만, 하느님과 함께 걷는 길만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나이가 된다는 것은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굳건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녀들이나 후배들에게 무엇을 남겨주려 하나요? 세상에서 성공하는 기술보다, 하느님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입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하느님의 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아주 구체적인 여행 수칙을 주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마르 6,8-9). 빵도, 여행 보따리도, 돈도, 여벌 옷도 챙기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무조건 가난하게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의존의 대상을 바꾸라는 초대입니다.

돈과 식량을 챙기는 것은 나의 능력과 미래의 안전을 내가 통제하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지팡이 하나만 짚으라는 것은, 오직 주님께만 의지하여 걸으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인생이나 신앙생활에서 지치고 힘든 이유는, 어쩌면 예수님이 가져가지 말라고 하신 것들, 곧 걱정, 욕심, 집착의 보따리를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짐이 무거우면 멀리 갈 수 없고, 두 손에 짐이 가득하면 이웃의 손을 잡아줄 수도 없습니다. 파견의 필수 조건은 ‘가벼움’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빈손으로 나아갔을 때, 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2-13). 돈, 스펙과 같은 세상의 힘을 비워낸 자리에, 치유, 구마와 같은 하느님의 힘이 채워진 것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녀 아가타 역시 감옥에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 고통받았지만, 오직 십자가라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했기에 박해자들을 이기고 영원한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의 배낭을 점검해 봅시다. 내가 꽉 쥐고 있는 불안의 보따리는 무엇입니까? 내가 챙기려 애쓰는 인정 받고자 하는 마음의 여벌 옷은 없습니까? 그것들을 주님 앞에 내려놓읍시다. 그리고 다윗의 유언처럼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 주님의 길을 걸으십시오. 가벼워진 여러분의 발걸음을 통해, 주님의 평화가 이웃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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