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월 7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두려움을 내쫓는 유일한 힘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낸 후 우리는 매일의 전례를 통해 예수님이 과연 누구이신지, 그리고 그분을 믿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묵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는 우리 신앙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인 '두려움'과 그 해결책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은 꽤나 긴박합니다. 제자들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는데, 맞바람이 불어 심하게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캄캄한 밤, 거친 파도 그리고 육체적인 탈진까지 겹친 상황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 그들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반응이 의외입니다. 구세주를 보고 반가워하기는커녕, 유령으로 생각하여 비명을 지릅니다. 성경은 그들이 “겁에 질렸다”고 표현합니다.
왜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두려워했을까요? 마르코 복음 사가는 그 이유를 아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마르 6,52). 바로 직전에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만약 제자들이 그 기적의 의미 — ‘예수님은 우리를 먹이시고 돌보시는 하느님이시다’ — 를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면, 폭풍 속에서도 “주님이 계시니 괜찮아”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앞의 빵만 먹었지, 그 빵을 주신 ‘사랑’은 먹지 못했습니다.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니, 위기가 닥치자 곧바로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이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건네신 말씀은 단 하나였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르 6,50). 여기서 “나다”(Ego eimi)라는 말씀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당신을 드러내실 때 쓰신 표현입니다. 곧,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하느님이다”라는 선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요한이 명확한 해답을 줍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1요한 4,18). 우리가 두려운 이유는 ‘벌을 받지 않을까’, ‘망하지 않을까’, ‘혼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요한 사도는 이어서 말합니다. “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1요한 4,18).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천둥이 쳐도 울지 않습니다. 엄마의 완전한 사랑을 믿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분이 나를 위해 당신 아드님까지 내어주셨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믿는 사람은, 인생의 파도 앞에서도 평온할 수 있습니다.
2026년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면서 우리 또한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건강 문제, 경제적 어려움, 관계의 단절과 같은 세찬 파도가 칠 때, 우리 마음은 제자들처럼 겁에 질려 “이제 끝이다”라고 소리칠지도 모릅니다. 그때, 유령을 보는 겁먹은 눈이 아니라, 사랑을 기억하는 믿음의 눈을 뜨십시오.
어제 빵을 쪼개 나를 먹이셨던 주님이 오늘, 이 폭풍 속에서도 물 위를 걸어 나에게 오고 계십니다. 두려움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길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을 주님께 맡겨드리고, 그분의 완전한 사랑이 내 마음을 채우도록 기도합시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르 6,50). 아멘.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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