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월 10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가장 강력한 우상
성탄 시기의 마지막 평일인 토요일입니다. 내일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 시기가 마무리되기에, 오늘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며 보냈던 은총의 시간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임합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는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빠지기 쉬운 가장 위험한 함정, 곧 ‘자아’(Ego)라는 우상에 대해 경고하며, 참된 기쁨이 어디서 오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스승에게 달려와 불평 섞인 보고를 합니다. “스승님,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스승님과 함께 계시던 분, 스승님께서 증언하신 분, 바로 그분이 세례를 주시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분께 가고 있습니다”(요한 3,26).
제자들은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스승의 인기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입니다. 우리도 내가 하던 봉사, 내가 받던 인정과 칭찬이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갈 때 서운함을 느끼지 않습니까?
그러나 세례자 요한의 태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는 오히려 “내 기쁨이 충만하다”고 고백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부를 차지하는 이는 신랑이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요한 3,29).
요한은 자신을 ‘신랑 친구’(들러리)라고 칭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입니다. 친구가 할 일은 신랑이 돋보이도록 돕는 것이지, 자기가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것이 아닙니다. 요한은 예수님(신랑)이 오시자, 이제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을 알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무대 뒤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신앙인의 삶의 지침이 되는 위대한 명언을 남깁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이 말씀은 단순히 겸손한 척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것은 영적인 물리 법칙입니다. 내 안에 ‘나’(Ego)라는 자아가 너무 비대해져 있으면, 예수님이 들어오실 공간이 없습니다. 내 고집, 내 자존심, 내 생각으로 꽉 차 있으면 주님은 작아지십니다. 반대로 내가 작아지고 내 뜻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주님께서 내 안에서 크게 역사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마지막 구절에서 사도 요한은 이렇게 당부합니다. “자녀 여러분, 우상을 조심하십시오”(1요한 5,21). 여기서 말하는 우상은 단순히 불상이나 금송아지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이 우상입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우상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내가 칭찬받아야 한다는 그 마음이 바로 우상 숭배입니다.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며 우리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지난 한 해, 그리고 이번 성탄 시기 동안, 내 안에서 커진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입니까, 아니면 나의 자존심입니까? 세례자 요한처럼 질투와 경쟁심을 내려놓고, “주님, 당신만이 영광 받으소서”라고 고백할 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 목소리는 조금 낮추고 주님의 말씀을 더 크게 듣는 연습을 해봅시다. “주님, 당신은 제 안에서 커지셔야 하고, 저는 작아져야 합니다. 당신이 저의 주인이십니다.” 아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