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어둠을 태우는 불, 세상을 비추는 빛
대림 시기의 밤이 깊어가는 12월 중순, 우리는 ‘빛’(Lux)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를 기념합니다. 성녀는 자신의 두 눈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신앙의 빛을 잃지 않았던, 참된 빛의 증거자였습니다.
오늘 전례의 말씀들은 우리에게 ‘불’과 ‘빛’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불과 빛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도 보여줍니다. 제1독서인 집회서는 구약의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를 소개합니다. “엘리야 예언자가 불처럼 일어섰는데 그의 말은 횃불처럼 타올랐다”(집회 48,1). 엘리야는 미지근한 신앙, 우상 숭배에 빠진 이스라엘을 깨우기 위해 하느님의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안락한 삶 대신 고난을 택했고, 거짓 예언자들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의 사명은 “주님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되돌리며 야곱의 지파들을 재건하는 것”(집회 48,10 참조)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묻습니다. “율법 학자들은 어찌하여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마태 17,10). 예수님께서는 이미 엘리야가 왔다고 대답하십니다. 새로운 엘리야는 바로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요한 역시 엘리야처럼 불타는 열정으로 광야에서 회개를 외쳤고, 주님의 길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 불꽃을 어떻게 대우했습니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마태 17,12). 세상의 어둠은 빛을 싫어합니다. 죄악에 찌든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요한의 횃불을 꺼버리고 싶어 했고, 결국 그를 죽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또한 그들 손에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녀 루치아 역시 엘리야의 길, 세례자 요한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성녀는 4세기 로마의 박해 시대에 살았습니다. 세상은 성녀에게 배교를 강요하며 육신의 눈을 멀게 하는 고통을 주었지만, 성녀의 영혼의 등불은 꺼뜨릴 수 없었습니다. 성녀는 시력이라는 세상의 빛을 잃는 대신, 영원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얻었습니다. 성녀는 자신의 삶을 태워 주님을 증거한 타오르는 횃불이었습니다.
오늘 대림 시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주님은 물으십니다. “너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될 용기가 있느냐?” 엘리야처럼, 세례자 요한처럼 그리고 성녀 루치아처럼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실을 말하면 미움을 받고, 정직하게 살면 손해를 보고, 신앙을 지키려 하면 세상으로부터 제멋대로 취급당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자존심이 깎이고, 희생이라는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초가 자기 몸을 태워야 빛을 내듯이, 우리의 희생과 인내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엘리야가 불 소용돌이 속에서, 불 마차에 태워져 하늘로 들어 올려졌듯이(집회 48,9 참조), 주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타오른 영혼들을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 올리십니다.
오늘 하루, 성녀 루치아의 이름처럼 우리 주변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작은 빛이 됩시다. 차가운 마음에 따뜻한 위로의 불을 지피고, 거짓된 곳에 진실의 등불을 켜는 용기 있는 신앙인이 되기를 청합시다. “주님, 저희 눈을 밝혀주시어 세상의 유혹이 아니라 당신의 영원한 빛을 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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