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0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광야를 잔칫상으로 바꾸는 가엾은 마음

오늘은 ‘동방의 사도’, ‘선교의 수호자’로 불리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는 복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아시아로 자신의 온 생애를 던진 위대한 선교사였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비에르 성인이 그토록 전하고 싶어 했던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배고픔이 사라지고 눈물이 닦이는 풍요로운 잔치’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가슴 벅찬 환시를 봅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 25,6). 이 산에서는 더 이상 죽음이 없고,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주십니다. 이것이 우리가 대림 시기에 기다리는 구원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의 예언을 현실로 이루어주십니다. 장소는 산이었고, 그곳에는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 말못하는 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군중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그들을 고쳐주십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이나 당신 곁에 머물며 굶주린 그들을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마태 15,32).

가엾은 마음,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연민이 기적의 시작이었습니다. 제자들은 현실을 계산했습니다. "이 광야에서 이렇게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마태 15,33). 제자들의 눈에는 광야라는 결핍과 불가능만 보였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시선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그분은 없는 것을 탓하지 않으시고, 지금 있는 것을 물으십니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마태 15,34).

제자들은 빵이 "일곱 개가 있고 물고기도 조금 있습니다"(마태 15,34)라고 대답합니다. 수천 명을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작고 초라한 것을 손에 드시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에 가득 찼다"(마태 15,37).

오늘 복음은 중요한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하느님의 기적은 풍족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내어놓는 봉헌과 가엾이 여기는 사랑이 만날 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종종 광야처럼 느껴집니다. ‘주님, 제 능력은 빵 일곱 개밖에 안 됩니다. 이것으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제 마음의 사랑은 너무나 작아서 저 사람 하나 용서하기도 벅찹니다.’ 우리는 늘 부족함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께서는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삶을 통해, 그리고 복음의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가진 작은 빵 일곱 개, 작은 능력, 작은 사랑을 나에게 다오. 그리고 네 이웃을 가엾이 여겨라. 그러면 내가 그것을 축복하여 너의 가정과 이웃이라는 광야를 풍성한 잔칫상으로 바꾸어 주겠다.” 하비에르 성인도 처음엔 혼자였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십자가와 기도서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인 작은 빵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를 통해 수십만 명의 영혼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주변을 둘러봅시다. 영적으로, 육적으로 굶주린 이들이 있습니까? 내가 가진 것이 작다고 숨기지 마십시오. 나의 부족함, 나의 작은 빵을 제대 위에 올려놓읍시다. 주님께서 그것을 받아 축복하시고, 우리 삶의 자리에 기쁨과 위로가 넘치는 기적을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이사 25,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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