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1월 14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주 현실적이고도 섬뜩한 경고를 하십니다. 경고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종말의 날은 반드시, 그리고 갑자기 올 것인데, 당신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노아와 롯의 시대를 예로 드십니다. 노아의 시대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루카 17,27) 있었습니다. 롯의 시대는 어땠습니까?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루카 17,28)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일상입니다. 먹고, 마시고, 결혼하고, 집을 짓고, 사업을 하는 것. 이것은 죄악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그들의 문제는, 그 일상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먹고 마시는 일에 완전히 빠져, 영적인 배고픔을 잊었습니다. 그들은 집을 짓고 밭을 가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영원한 집이신 하느님을 잊었습니다. 그들의 삶에는 하늘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홍수와 불벼락이라는 심판이 닥쳤을 때,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일상에의 함몰을 경고하십니다. 그리고 그날이 닥쳤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단 하나의 자세를 명령하십니다.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루카 17,31). 그리고 이 모든 경고를 한마디로 요약하십니다.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루카 17,32).
롯의 아내는 왜 멸망했습니까? 단지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왜 돌아보았을까요? 그녀의 몸은 소돔을 빠져나오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 미련, 애착은 불타는 도시에 두고 온 세간살이에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겨, 구원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쉽게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길까요? 오늘 제1독서 지혜서가 그 이유를 정확히 진단합니다. 지혜서는 “하느님에 대한 무지가 그 안에 들어찬 사람들은 본디 모두 아둔하다”고 말합니다(지혜 13,1). 그들은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을 보면서도 존재하시는 분을 보지 못하고 작품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것을 만든 장인을 알아보지 못합니다”(지혜 13,1 참조).
그들은 불, 바람, 별, 물, 해와 달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피조물에 감탄하고 넋을 잃은 나머지, 정작 그것들을 만드신 창조주를 잊어버렸습니다(지혜 13,2 참조). 롯의 아내가 세간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아둔한 이들은 자연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지혜서 저자는 이렇게 다시 말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보는 기쁨에서 그것들을 신으로 생각하였다면 그 주님께서는 얼마나 훌륭하신지 그들은 알아야 한다"(지혜 13,3). 그들은 선물을 받고 너무 기뻐한 나머지, 선물을 주신 분께 감사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날카롭게 적용됩니다. 우리는 노아와 롯의 시대 사람들처럼,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는"(루카 17,28) 일에 우리의 온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 더 좋은 집, 좋은 차, 높은 연봉, 안정된 노후…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영적인 가치들을 너무나 쉽게 뒤로 미룹니다. 또한 우리는 지혜서의 아둔한 이들처럼,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선물들에 취해 있습니다. 멋진 여행, 화려한 미디어, 짜릿한 쾌락에 마음을 빼앗겨, 정작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느님을 찾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주님의 날은 예고 없이 올 것입니다. 그날이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고, 어쩌면 오늘 밤 나에게 닥칠 나의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롯의 아내처럼 내가 세상에 쌓아둔 ‘세간살이’(재산, 명예, 미련)를 뒤돌아보며 망설이겠습니까? 아니면 모든 것을 버려두고 기쁘게 주님을 향해 나아가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을 버리고 도망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세상 속에서 창조주를 발견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먹고 마실 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을 볼 때, 그 아름다움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찬미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삶의 모든 순간에 선물이 아닌 ‘선물을 주신 분’을 찾을 때, 우리의 마음은 더 이상 세상에 묶이지 않습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뒤돌아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오늘 하루, 롯의 아내처럼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나의 가장 큰 ‘세간살이’는 무엇인지 성찰하고 그것을 하느님께 봉헌합시다. 그것이 재물이든, 사람이든 혹은 나의 고집이든, 그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는 지혜를 청합시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어느 때에 오시든, “예, 주님, 저는 준비되었습니다!”하고 기쁘게 그분께 달려가는 깨어있는 빛의 자녀들이 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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