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1월 12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감사의 무게와 일치의 책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픈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예수님께서 열 명의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고쳐주셨습니다. 그들은 구약의 율법에 따라 사제에게 몸을 보이러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단 한 사람, 그것도 유다인들이 멸시하던 사마리아 사람만이 되돌아와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루카 17,17-18).
이 질문은 2천 년 전 그 아홉 명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얼마나 많은 은총을 받으며 살아갑니까? 숨을 쉬는 것, 건강,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거룩한 믿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홉 명처럼,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내 갈 길을 가기에 바빠, 정작 선물을 주신 분께 되돌아와 감사드리는 일을 잊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는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예수님의 질문에 응답한 분입니다. 그는 ‘되돌아온 한 사람’의 삶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요사팟 성인이 살았던 16-17세기 동유럽은 오늘 복음의 나병 환자들처럼, 교회가 동과 서로 갈라져 고통받던 시대였습니다. 같은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서로를 이방인처럼, ‘사마리아 사람’처럼 여기며 미워하고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요사팟 성인은 분열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끌어안았습니다. 그는 주교로서, 오늘 제1독서 지혜서의 말씀이 자신에게 하시는 말씀임을 깨달았습니다. “임금들아, 들어라. 그리고 깨달아라. 세상 끝까지 통치하는 자들아, 배워라. 많은 백성을 다스리고 수많은 민족을 자랑하는 자들아, 귀를 기울여라. 너희의 권력은 주님께서 주셨고 통치권은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주셨다"(지혜 6,1-3). 그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교의 권한을 주신 이유가, 편안하게 지배하라는 것이 아니라, 갈라진 형제들을 하나로 모으라는 거룩한 책임을 완수하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교회의 일치라는, 당시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사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그는 분열의 벽을 허물기 위해 애썼고, 많은 이들을 설득하여 다시 하나의 교회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인은 수많은 반대와 미움에 부딪혔습니다. 일치를 원하지 않았던 이들은 그를 ‘영혼의 사냥꾼’이라고 조롱하며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는 자신이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구원’이라는 선물, ‘믿음’이라는 은총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은총에 너무나도 감사했기에, 나병이 나은 아홉 명처럼 자신의 안위를 찾아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되돌아온 사마리아 사람처럼, 자신의 전 존재를 바쳐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일치를 반대하는 성난 군중의 도끼와 칼에 맞아 순교합니다. 그의 순교는, 예수님의 고통스러운 질문에 대한 가장 위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주님,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께 받은 이 생명, 이 믿음에 감사하여, 제 모든 것을 당신께 도로 바칩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첫째, 나는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할 줄 아는 ‘한 사람’입니까, 아니면 감사를 잊어버린 ‘아홉 사람’입니까? 우리의 감사는 그저 말뿐인 감사입니까, 아니면 요사팟 성인처럼 삶을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책임 있는 감사입니까? 둘째, 나는 오늘 지혜서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거창한 통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정에서 부모로서, 직장에서 동료로서, 사회에서 신앙인으로서의 책임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책임을 통해 하느님의 지혜를 드러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외면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비로 깨끗해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9)라고 말씀하십니다. 감사를 위해 되돌아온 한 사람에게만 구원이 선포되었음을 기억합시다.
오늘 하루, 요사팟 성인에게 전구를 청하며, 우리가 받은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자리에서 분열이 아닌 일치를, 미움이 아닌 사랑을 실천하며, 하느님께 참된 영광을 돌려드리는 ‘되돌아온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도록 결심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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