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0월 19일 전교 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아름다운 발걸음, 세상을 향한 여정

오늘 우리는 ‘전교 주일’을 지내며 온 세상 모든 민족에게 복음의 빛이 비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너는 지금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느냐?”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가슴 벅찬 꿈 하나를 보여줍니다. 먼 훗날,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 꼭대기로 세상 모든 민족들이 강물처럼 밀려드는 환시입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이사 2,3). 더 이상 전쟁도, 미움도 없는 세상, 모두가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고, 하느님의 가르침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 이것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가 간절히 꿈꾸어 온 모습이 아닙니까? 이 얼마나 아름다운 꿈입니까! 그런데 이 꿈이 그저 아득한 미래에 이루어질 막연한 희망사항에 불과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전교 주일 미사를 봉헌하는 의미는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복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를 뒤흔들어 깨웁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산 위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이사야의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십니다. 세상 모든 민족이 주님의 산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너희가 가라’고 명령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마태 28,19-20). 

이것이 바로 교회의 심장이며, 우리 신앙의 존재 이유인 ‘지상 대사명’(The Great Commission)입니다. 이사야의 꿈은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발걸음을 떼어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시작되는 위대한 여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라’는 명령을 들으면 우리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깁니다. ‘제가요? 저는 말주변도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는 죄인입니다.’ 바로 그 순간,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외칩니다. 구원은 우리의 자격이나 능력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10). 

구원은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주님이시며, 하느님께서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는 것을 믿고 고백하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이 믿음 앞에서는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학자나 농부나, 의인이나 죄인이나 아무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우리 신앙의 본질을 꿰뚫는 연속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15).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그 ‘좋은 소식’을 들고 찾아갔기에, 우리도 오늘 이 자리에서 주님을 믿고 고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들, 순교자들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주일학교 선생님들, 그들의 ‘아름다운 발걸음’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믿음이 존재합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오늘 전교 주일은 우리 각자가 바로 그 ‘아름다운 발’이 되도록 초대받는 날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를 통해 이 세상 속으로 ‘파견된 선교사’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선교지는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오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곳은 매일 마주하는 내 가족, 냉랭한 분위기의 내 직장, 무관심으로 가득한 내 이웃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려운 교리를 설명하는 것만이 전교가 아닙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 절망에 빠진 이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주는 위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 불의에 맞서 정의를 외치는 용기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좋은 소식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걸음’입니다.

물론 두렵습니다. 나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홀로 보내지 않으십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약속을 기억하십시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이 약속이야말로 모든 선교사의 힘이며 유일한 희망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오늘 미사를 통해 해외에서 땀 흘리는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자신이 먼저 ‘움직이는 선교지’가 되게 해달라고 청합시다. 우리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주님의 평화가 깃들고, 우리의 삶을 통해 누군가가 “자, 우리도 주님의 길을 함께 걷자”고 말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이 살아있는 복음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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