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당신은 누구의 ‘루카’가 되어주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는 ‘치유자’이자 ‘동반자’였으며, 우리에게 자비의 복음을 전해준 위대한 성 루카 복음사가를 기억합니다. 오늘 축일의 말씀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의 신앙은 홀로 가는 여정이냐,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걷는 동행이냐?”

오늘 제1독서는 2천 년 전 로마의 차가운 감옥에서 쓰인 한 노(老) 사도의 편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음을 직감합니다. 한때는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복음을 외쳤지만, 이제 그의 곁에는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데마스는 세상이 좋아서 그를 버렸고, 다른 이들은 각자의 사명을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나의 첫 변론 때에 아무도 나를 거들어 주지 않고, 모두 나를 저버렸습니다”(2티모 4,16). 복음을 위해 평생을 바친 위대한 사도의 마지막이 이토록 고독했다는 것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런데 그 짙은 외로움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이름 하나가 들려옵니다. “루카만 나와 함께 있습니다”(2티모 4,11).

모두가 떠나버린 그 절망의 자리,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그곳을 끝까지 지킨 사람, 그가 바로 루카였습니다. 루카는 그저 역사를 기록하는 복음사가이기 전에, 한 영혼이 가장 힘들고 약해졌을 때 그 곁을 묵묵히 지켜준 충실한 친구이자 동반자였습니다. 이것이 오늘 루카 복음사가가 직접 기록한 복음 말씀과 얼마나 놀랍게 연결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흔두 명의 제자를 파견하시며, 복음을 전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를 몸소 보여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둘씩’ 짝을 지어 보내신 것입니다(루카 10,1 참조).

왜 혼자가 아니라 둘씩 보내셨을까요? 복음 선포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길이기 때문입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루카 10,2)는 말씀처럼, 세상은 넓고 우리가 마주할 어려움은 많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줄 동반자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이상적인 선교의 모델을 ‘함께하는 공동체’ 안에서 찾으신 것입니다.

루카 성인은 바로 이 ‘함께하는 사명’을 온 삶으로 살아낸 사람입니다. 그는 ‘사랑받는 의사’(콜로 4,14)였습니다. 그의 복음서는 마치 의사가 환자를 대하듯, 상처 입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 되찾은 아들, 자캐오의 이야기처럼, 죄인과 가난한 이들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그 누구보다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그는 병든 육신을 치유하는 의사였을 뿐 아니라, 외로움과 절망에 빠진 영혼을 치유하는 ‘영혼의 의사’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가장 어두운 순간에, 루카는 그의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2티모 4,17)라는 바오로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살아있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오늘 성 루카 축일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묻습니다. 

첫째, ‘나에게는 루카와 같은 동반자가 있는가?’ 나의 신앙의 여정에서,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솔직하게 내 약함을 털어놓고 함께 기도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함께 짊어질 믿음의 친구가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오늘 그를 위해 감사 기도를 바치십시오.

둘째, ‘나는 누군가에게 루카가 되어주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바오로처럼 차가운 감옥에 갇힌 심정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 실직의 아픔 속에서, 관계의 단절 속에서, 깊은 외로움 속에서 “모두가 나를 버렸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습니까? 거창한 해결책이나 현명한 조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루카처럼, 그 곁을 지켜주는 것,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그의 이야기를 잠잠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복음이 말하는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0,5)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하는 작은 관심과 위로가 그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전하는 통로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수확할 밭의 일꾼으로 부름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를 동반자로 붙여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각자가 내 주변의 힘겨워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의사’, ‘충실한 동반자’ 루카가 되어주기로 결심합시다. 우리의 작은 동행이 누군가에게는 “주님께서 내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하는 위대한 기적이 될 것입니다. 성 루카,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저희도 당신처럼 치유와 동반의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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