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0월 15일 수요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을 만나는 길
오늘 우리는 교회의 위대한 개혁가이자 신비가이며, 하느님 체험의 길을 우리에게 알려준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녀의 삶과 가르침은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와 복음 말씀이 우리 마음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을 향해 무서운 경고를 하십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루카 11,42).
이 말씀을 들으면 우리는 쉽게 바리사이들을 비난하며, ‘나는 저렇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바로 그 생각을 겨누어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합니다. “아, 남을 심판하는 사람이여, 그대가 누구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남을 심판하면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남을 심판하는 바로 그것으로 자신을 단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로마 2,1).
이 두 말씀은 날카로운 거울이 되어 우리 자신을 비춥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봉헌금을 내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신앙인의 의무를 다했다고 안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면서 정작 내 삶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할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잊고 살지는 않습니까? 직장 동료에 대한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고, 가난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며, 내 가족에게조차 사랑의 말 한마디 건네기 인색하면서, 성당 안에서의 경건한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꾸짖으신 바리사이의 모습이며, 바오로 사도가 경고한 ‘자신을 단죄하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들이 “회당에서는 윗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한다”(루카 11,43)고 지적하십니다. 또한 율법 교사들에게는 “너희가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너희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루카 11,46)에 불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결국 신앙이 ‘보여주기 위한 것’, ‘나의 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신앙의 핵심인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그 사랑의 체험은 사라지고, 껍데기뿐인 종교적 형식과 규칙들만 남아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교회의 모습 앞에서 온 삶으로 “아니오!”라고 외치며 새로운 길을 연 분이 오늘 우리가 기리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입니다. 데레사 성녀가 살던 시대의 수도원들도 안일함과 형식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많은 수도자들이 그저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위해 수도원에 들어왔고, 기도는 입으로만 외울 뿐, 마음은 세상의 헛된 것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이러한 신앙의 병을 깊이 깨닫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하느님만을 찾는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 개혁에 온 생을 바쳤습니다. 그 개혁의 핵심은 더 엄격한 규칙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형식들을 걷어내고, 신앙의 본질, 곧 ‘마음의 기도’를 통해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것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성녀는 우리의 마음을 일곱 개의 방이 있는 ‘영혼의 성’에 비유했습니다. 그 가장 깊은 곳에 하느님께서 머무시는데, 우리가 기도를 통해 문을 열고 한 걸음씩 그분께 나아갈 때 비로소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기도는 어려운 의무가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과 자주 단둘이서만 함께 머무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오늘 주님과 데레사 성녀는 우리를 바로 이 마음의 기도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남을 심판하고 나의 겉모습을 꾸미는 데 쓰던 에너지를, 이제 내면으로 돌려, 하느님 앞에 솔직하게 서는 시간을 가집시다. 내 마음속의 위선과 교만, 이기심을 그분 앞에 그대로 내어놓고, 그분의 자비로운 시선을 느껴봅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실 것입니다”(로마 2,6). 그분은 우리의 겉모습이나 지위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십니다. 우리가 꾸준히 선을 행하며 그분의 영광과 영예를 찾을 때,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입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께 전구를 청하며, 오늘 하루, 세상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내 영혼의 성 안으로 들어가 주님과 단둘이 머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분과의 친밀한 대화 안에서, 형식에 얽매인 신앙이 아니라, 의로움과 사랑을 살아내는 참된 신앙의 기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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