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0월 13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당신이 찾고 있는 ‘표징’은 무엇입니까?

혹시 길을 잃고 헤매어 본 적이 있으십니까? 낯선 도시에서, 혹은 캄캄한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필사적으로 이정표, 곧 ‘표징’을 찾습니다. ‘이 길이 맞다,’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는 작은 표시 하나가 얼마나 큰 안도감과 희망을 주는지 모릅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삶의 중요한 기로에서, 혹은 고통과 의심의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 때 하느님께 표징을 구하곤 합니다. “하느님, 정말 살아계시다면 제게 표징을 보여주십시오. 이 길이 당신의 뜻이 맞다면, 제게 확실한 증거를 주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둘러싼 군중이 바로 그랬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보여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1,29).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를 향한 꾸짖음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 안에는 더 깊은 사랑의 초대와 진리가 숨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보여주기 싫으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엉뚱한 표징, 일시적이고 감각적인 기적만을 쫓느라,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표징을 놓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요나의 표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예수님 당신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다가 다시 살아 나온 것처럼, 예수님께서도 사흘 동안 죽음의 어둠 속에 갇히셨다가 영광스럽게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보다 더 크고 확실한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 위대한 표징을 온 삶으로 증거합니다. 그는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도이며 하느님의 복음을 위하여 선택된 사람”(로마 1,1)이라고 소개합니다. 그가 목숨을 바쳐 전하려 했던 복음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오셨지만,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시어, 능력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확인되신 분”(로마 1,4)이라는 사실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는 더 이상 다른 표징이 필요 없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 그 자체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인 표징이었습니다. 그는 이 표징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달았고, 세상 모든 민족을 믿음에 순종하게 하려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는 아직도 어떤 표징을 찾고 있느냐?” 우리는 혹시 니네베 사람들처럼, 회개를 촉구하는 요나의 외침(말씀)은 외면한 채, 그가 물고기 배 속에서 살아 나온 것과 같은 신기한 구경거리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까? 남방 여왕처럼, 솔로몬의 지혜(하느님의 지혜)를 듣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열정은 잃어버린 채, 눈앞의 문제만 해결해 줄 요행을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있다. 여기에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있다”(루카 11,31-32). 세상 가장 위대한 지혜이시며, 우리를 회개와 구원으로 이끄시는 가장 강력한 표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이 미사가 바로 그 살아있는 표징입니다. 평범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는 성체성사의 기적, 이보다 더 놀라운 표징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펼쳐 읽는 성경 말씀 안에 살아계시며 우리에게 말을 건네시는 주님, 이보다 더 확실한 표징이 어디 있습니까? 고해성사를 통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시는 주님의 자비, 이보다 더 큰 사랑의 표징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 엉뚱한 곳에서 표징 찾기를 멈춥시다. 그리고 눈을 들어 우리 삶 한가운데 이미 와 계신 가장 위대한 표징,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시다. 그분을 믿고 따르는 ‘믿음의 순종’(로마 1,5) 안에 우리 인생의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과 길이 있습니다. 더 큰 기적이나 특별한 증거를 찾기보다, 우리의 일상과 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의 표징을 발견하는 은총을 청합시다. 그리하여 바오로 사도처럼 “여러분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로마 1,6)는 자부심과 기쁨 안에서, 믿음의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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