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6월 5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우상을 베어낸 용기

오늘은 '독일의 사도'로 불리는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8세기경, 그는 이교도들이 신성시하던 거대한 떡갈나무를 도끼로 베어 넘김으로써 가짜 신들의 무능함을 증명했고, 그 나무를 재목 삼아 하느님께 봉헌할 성당을 지었습니다. 복음서를 머리 위로 치켜든 채 순교하신 성인의 삶은, 오늘 독서와 복음이 강조하는 진리에 대한 충성과 고난의 의미를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제자 티모테오에게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려는 이들은 모두 박해를 받을 것입니다"(2티모 3,12)라고 권고합니다. 우리는 흔히 신앙생활을 하면 모든 일이 평탄하기만을 바라지만, 바오로 사도는 오히려 경건하게 살려는 의지가 세상의 가치관과 충돌할 때 필연적으로 시련이 따른다고 말합니다. 보니파시오 성인이 안락한 수도원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복음을 위해 위험한 선교지로 뛰어들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성경에 있었습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으로, 사람을 교육하여 의롭게 살게 하는 데 유익합니다"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흔들릴 때 우리를 굳건히 붙들어 줄 유일한 뿌리는 오직 하느님의 말씀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메시아가 단순히 다윗의 자손이라는 인간적 혈통에 머무는 분인지를 묻는 중대한 질문을 던지십니다. 다윗 스스로가 메시아를 '주님'이라고 불렀다면, 그분은 인간적인 기대를 뛰어넘는 신성을 지닌 분임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메시아가 정치적 해방이나 지상에서의 승리를 가져다줄 영웅이기만을 바랐으나, 예수님은 우리 영혼의 주인이자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으로 오셨습니다. 보니파시오 성인이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예수님을 단순한 스승을 넘어 자신의 생명까지 주관하시는 '주님'으로 온전히 모셨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베어낸 떡갈나무는 오늘날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돈, 명예, 안락함이라는 세속적인 우상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거대한 나무들이 우리 영혼의 시야를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성인이 우상을 베어낸 자리에 하느님의 집을 지었듯이, 우리도 내 안의 고집과 이기심을 말씀의 도끼로 찍어 넘길 때 비로소 우리 영혼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거룩한 성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대는 그대가 배워서 확실히 믿는 것을 지키십시오"(2티모 3,14)라는 바오로 사도의 당부처럼, 우리는 유혹 속에서도 말씀의 칼을 들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박해나 비난이 두려워 신앙의 가치를 적당히 타협하며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성경 말씀이 내 삶을 가르치고 교정하도록 기꺼이 마음을 열어두고 있습니까? 보니파시오 성인은 순교의 순간, 칼날을 복음서로 막으려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단순히 육신을 보호하려는 몸짓이 아니라, "내 생명은 말씀 안에 있고, 말씀이 나를 살린다"는 뜨거운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도 성경 한 구절을 마음에 깊이 품고 세상으로 나갑시다. 세상의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말씀에 뿌리를 내린 사람은 결코 쓰러지지 않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성 보니파시오와 같은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저희 마음속 우상들을 베어내고 오직 당신만을 '주님'으로 고백하게 하소서. 시련 속에서도 당신의 말씀을 굳게 신뢰하며, 배운 바를 삶으로 증언하는 충실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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