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6월 3일 성 가를로 르앙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죽음 너머의 생명, 불꽃처럼 타오른 신앙
오늘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화형의 불길 속에서도 찬미가를 불렀던 성 가롤로 르왕가와 21명의 동료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들은 왕의 부도덕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하느님의 법을 따랐으며, 순교자 중에는 불과 14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년도 있었습니다. 오늘 전례의 말씀은 이 젊은 순교자들이 품었던 '부활의 확신'과 '담대한 영'에 대해 들려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갇힌 채 사랑하는 제자 티모테오에게 편지를 쓰며, 고난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2티모 1,7)라고 선포합니다. 우간다의 순교자들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적인 본능은 두려움 속에 도망치라 속삭였지만, 그들 안에 계신 성령께서는 죽음을 이기는 힘과 사랑을 주셨습니다. 우리 역시 세상의 시련 앞에서 위축될 때마다, 내 안의 성령께서 주시는 이 강력한 에너지를 일깨워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두가이들은 부활을 부정하며 일곱 형제와 차례로 혼인한 여인의 사례를 들어 억지스러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들은 부활을 단순히 현세의 삶이 연장되는 정도로만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부활한 이들이 천사들과 같아질 것임을 밝히시며,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마르 12,27)라고 단호히 교정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과거의 인물들을 추억 속에 가두어 두시는 분이 아니라, 그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곁에 살게 하시는 분입니다. 순교자들이 기쁘게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 품으로 옮겨가는 문임을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를 복음을 위한 고난의 길로 초대합니다. 성 가롤로 르왕가는 화형대에 묶여 발부터 타들어 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집행관에게 "당신은 지금 나를 태우는 게 아니라 내 발에 시원한 물을 붓고 있는 것 같소"라고 말하며 놀라운 평화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육신의 고통보다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생명의 상급을 이미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가요? 나는 죽음 이후의 삶인 부활을 얼마나 실재적으로 믿으며 살고 있습니까? 작은 시련 앞에서 '비겁함의 영'에 굴복합니까, 아니면 '성령의 힘'을 청합니까?. 신앙은 단순히 도덕적인 삶을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께 내 삶 전체를 거는 용기 있는 모험입니다. 우간다의 젊은 순교자들이 보여준 뜨거운 사랑이 오늘 우리의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기를 간절히 청해 봅니다. 우리가 부활의 희망 속에 머물 때, 세상의 어떤 시련도 우리를 삼키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들이 가졌던 굳건한 믿음을 주소서.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비겁해지지 않게 하시고, 산 이들의 하느님이신 당신만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기쁘게 봉헌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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