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월요일
일상과 부르심
어제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 시기를 모두 마치고, 오늘부터는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가 시작됩니다. 사제는 이제 녹색 제의를 입습니다. 녹색은 생명과 희망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성장을 상징합니다. 화려했던 성탄의 빛과 축제 분위기는 지나갔지만, 이제야말로 우리 신앙의 진정한 실천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어떻게 예수님을 따를 것인가? 오늘 말씀들이 첫 단추를 꿰어줍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 곧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던 시몬과 안드레아, 그물을 손질하던 야고보와 요한을 보십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예수님께서 그들을 부르신 때와 장소입니다.
그들이 성전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수련을 하고 있을 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땀 흘려 일하고,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 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
이 부르심에 제자들은 어떻게 응답합니까? 성경은 간결하게 기록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르 1,18). "곧바로",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들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고기 잡을 철이니 나중에 가겠습니다”라고 핑계 대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생업인 ‘그물’보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예수님의 ‘목소리’가 더 중요했습니다.
반면, 오늘 제1독서의 한나는 조금 다른 모습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프닌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남편의 위로에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울고만 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결핍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독서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한나는 그 슬픔을 안고 주님 앞에 나아가 기도로 승화시킴으로써 위대한 예언자 사무엘을 얻게 됩니다.
연중 제1주간을 시작하는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신앙은 ‘성당’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일하는 일터, 설거지하는 부엌, 공부하는 책상, 치열한 삶의 자리가 바로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부르시는 장소입니다.
‘버림’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제자들이 그물을 버렸듯이, 우리도 주님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되는 내 마음의 그물, 곧 게으름, 욕심, 집착 등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지금’ 응답해야 합니다. 미루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일도, 기도하는 일도, 용서하는 일도 ‘곧바로’ 실천할 때 은총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2026년의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반복되는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한나처럼 삶의 무게가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오늘 하루, 내 손에 쥐고 있는 그물을 잠시 내려놓고, 내 이름을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봅시다. 그분께서 여러분을 단순한 생계 유지자가 아니라, 세상을 살리는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아멘.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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