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18일 재의 수요일
민낯으로 하느님 만나기
오늘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은총의 사순 시기를 시작합니다. 사제가 신자들의 이마에 재를 바르며 건넬 말씀,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우리 인생의 가장 확실한 진실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먼지와 같은 흙으로 빚어졌고, 생명인 하느님의 숨결이 들어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숨결이 빠져나가면 우리는 한 줌의 먼지에 불과합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은 우리가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는 외칩니다.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3). 이스라엘 사람들은 슬플 때 옷을 찢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는 묻습니다. 겉옷만 찢고 속마음은 그대로라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술을 끊겠다”, “군것질을 안 하겠다” 같은 결심을 합니다. 좋은 일입니다만, 그것이 단순히 다이어트나 자기 만족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내가 포기한 즐거움의 자리에,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을 향한 갈망이 채워져야 합니다. 형식적인 희생이 아니라, 돌처럼 굳은 내 마음을 깨뜨리는 진정한 회개가 필요합니다.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선, 기도, 단식이라는 세 가지 실천을 말씀하시며, 반복해서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마태 6,4)를 강조하십니다. 그리고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자랑해라”, “증명해라”, “좋아요를 받아라” 하고 부추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생활조차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영적인 화장(make up)입니다.
그러나 사순 시기는 영적인 화장을 지우는 시간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골방, 곧 내 양심 깊은 곳에서 나의 부족함, 나약함 그리고 죄와 같은 민낯을 하느님께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박수는 그때뿐이지만, 골방에서 만나는 하느님의 위로는 영원합니다. 하느님과 만나는 골방을 찾으십시오.
바오로 사도는 제2독서에서 다급하게 호소합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2코린 6,2). 우리는 회개를 자꾸 미룹니다. “조금만 더 즐기다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기도할게요.” 하지만 하느님과 화해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바로 지금’입니다. 먼지로 돌아갈 우리에게 내일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머리에 얹은 재는 더러움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입는 가장 아름다운 장식입니다. 40일간의 여정이 우울한 고행의 길이 아니라, 불필요한 욕심의 군살을 빼고 영혼이 건강해지는 기쁜 훈련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우리의 처지를 기억하며, 오직 주님의 자비만을 청합시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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