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2월 13일 연중 제5주간 금요일

 

닫힌 관계를 여는 주님의 탄식

한 주간을 마무리해가는 금요일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찢어짐’과 ‘열림’이라는 두 이미지를 통해 우리 삶을 비추어 줍니다. 한쪽에서는 나라가 쪼개지는 비극이 일어나고, 다른 쪽에서는 닫혀있던 귀와 입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솔로몬 사후, 이스라엘 왕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비극적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예언자 아히야는 새 옷을 열두 조각으로 찢어 그중 열 조각을 예로보암에게 줍니다. 이스라엘 왕국의 분열의 원인은 단순한 정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솔로몬이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마음을 닫아버린 결과였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지자, 사람 사이의 관계도, 나라의 일치도 모두 조각나버린 것입니다. 우리 가정도,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심이신 하느님이 빠지고 각자의 욕심만 남으면, 관계는 옷감처럼 쉽게 찢어지고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십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독특합니다. 군중 한가운데서 "장애가 없어져라!" 하고 외치신 것이 아니라,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마르 7,33) 치유하십니다. 세상의 소음과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둘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혼이 치유되려면, 시끄러운 세상 소리를 잠시 끄고 예수님과 일대일로 만나는 침묵의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손가락을 우리 귀에 넣으시고, 생명력으로 상징되는 당신의 침을 발라 주시며 우리와 깊이 접촉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마르 7,34) 말씀하십니다. “에파타!”(마르 7,34). 예수님의 한숨은 체념이 아닙니다. 꽉 막혀있는 인간의 고통을 당신의 가슴으로 깊이 느끼시는 측은지심의 탄식이자, 사랑의 신음입니다. 꽉 닫힌 병뚜껑을 딸 때 힘을 주며 숨을 내뱉듯이, 예수님께서는 죄와 상처로 꽉 막힌 우리의 영혼을 여시기 위해 당신의 온 존재를 쏟으시는 것입니다. 그 사랑의 힘이 닿자, 닫혔던 귀가 열리고 묶였던 혀가 풀렸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러한 기적이 필요합니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려는 고집의 귀가 열려야 합니다. 감사와 칭찬 대신 불평과 험담만 하는 묶인 혀가 풀려야 합니다. “에파타!”, 주님의 탄식이 우리를 엽니다.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가 갈라져 있나요? 아니면, 하느님의 말씀이 잘 들리지 않나요? 

오늘 조용한 시간에 예수님 앞에 앉으십시오. 그리고 나의 답답한 귀와 입을 주님께 내어드리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의 아픔을 보시고 깊은 한숨과 함께 말씀하실 것입니다. “에파타! 이제 그만 마음을 열어라.” 주님의 이 말씀이 여러분의 닫힌 관계를 회복시키는 열쇠가 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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