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월 29일 연중 제3주간 목요일

 

제가 누구이기에...

오늘 전례의 말씀들은 겸손이 어떻게 하느님의 축복을 담는 그릇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어제 우리는 다윗이 하느님을 위해 성전을 지어드리고 싶어 했지만, 오히려 하느님께서 다윗의 집안을 세워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내용을 들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어마어마한 축복의 약속을 들은 다윗의 반응이 나옵니다. 다윗은 주님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주 하느님, 제가 누구이기에, 또 제 집안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습니까?(2사무 7,18).

다윗은 왕이었습니다. 보통 왕이라면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이 정도 복을 받는 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윗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양 떼를 치던 보잘것없는 목동이었음을, 모든 것이 하느님의 전적인 은혜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제가 누구이기에?” 이 고백은 비굴함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크심과 나의 작음을 정확히 아는 겸손한 현실 인식입니다. 이 겸손한 마음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 담을 수 있는 가장 넓은 그릇입니다. 가장 위대한 기도는 “제가 누구이기에?”라고 묻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등불’과 ‘그릇’ 이야기를 하십니다.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마르 4,24). 이 말씀은 영적인 법칙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불평의 간장 종지를 내밀면, 하느님은 종지 크기 만큼의 은총밖에 담아주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윗처럼 감사의 큰 양동이를 내밀면, 하느님은 “그래, 네가 그렇게 감사하니 내가 더 넘치도록 주마” 하실 것입니다. 

다윗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권위를 다 내려놓고 감사의 큰 그릇을 사용했습니다. 그랬기에 하느님은 다윗 왕조를 영원히 견고하게 해주셨습니다. 반면, 우리는 어떤 그릇을 쓰고 있나요? 이웃을 판단할 때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하느님께 청할 때는 인색한 믿음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다윗처럼, 감사의 그릇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마르 4,22)고 하십니다. 다윗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겸손과 사랑은 결국 드러나서 성경을 통해 영원히 빛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 마음속에 숨겨둔 교만이나 욕심도 언젠가는 행동으로, 말실수로 다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니 겉모습을 꾸미려 애쓰기보다, 내면의 등불인 양심과 진심을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다윗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삼아봅시다. 잠시 조용한 곳에 앉아,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주님, 제가 누구이기에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습니까?” 지금 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 가족, 신앙이 내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과분한 선물임을 깨달을 때, 여러분의 감사의 그릇은 커질 것이고, 하느님은 그곳에 더 큰 평화를 채워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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