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월 28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하느님이 지어 주시는 집
오늘은 교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분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는 뛰어난 지성으로 신앙의 신비를 탐구했지만, 그 모든 지혜의 원천은 바로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었습니다. 오늘 전례는 ‘하느님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겠다’는 인간의 열정과, ‘내가 너를 위해 해주겠다’는 하느님의 은총을 대조해서 보여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윗은 왕궁에서 편안히 살게 되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을 위해 근사한 성전을 지어드리고 싶어 합니다. 갸륵하고 기특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나탄 예언자를 통해 의외의 대답을 하십니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2사무 7,5-6). 하느님은 다윗의 건축 계획을 막으십니다. 왜냐하면 다윗이 하느님을 위해 무언가를 해드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다윗을 선택하여 이스라엘이라는 ‘집’(왕조)을 세워주시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느님을 위해 봉사한다', '내가 교회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위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당신의 집을 짓도록 허락해 드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것이 겸손이자 은총입니다. 내 힘으로 짓는 성전보다 하느님의 뜻이 먼저입니다.
오늘 복음은 유명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네 가지 땅 -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 - 을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씨앗으로 비유되는 말씀이 똑같이 뿌려졌습니다. 차이는 오직 땅의 상태에 있으며, 땅의 상태를 사람에 비유하여 분류하면 다음과 습니다.
길바닥: 마음이 굳어져서 말씀이 튕겨 나가는 사람
돌밭: 감정적으로 “아멘!” 하고 금방 기뻐하지만, 뿌리가 없어 시련이 오면 금세 포기하는 사람
가시덤불: 세상 걱정과 재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말씀이 숨 막혀 죽는 사람
좋은 땅: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는 사람
오늘 기념하는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최고의 좋은 땅이었습니다. 그는 엄청난 지식을 가졌지만, 늘 십자가 앞에서 “주님, 당신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그의 지성은 교만이라는 가시덤불이 아니라, 겸손이라는 좋은 흙 위에 뿌리를 내렸기에, 교회를 살찌우는 백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 밭을 갈아엎어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다윗은 하느님을 위해 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하느님은 다윗에게 믿음의 가문을 지어주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위해 대단한 업적을 남기려 애쓰기보다, 먼저 내 마음의 돌멩이를 골라내고 가시덤불을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은 어떤 상태입니까? 혹시 가시덤불과 같은 세상 걱정 때문에 오늘의 복음 말씀이 숨 막혀 있지는 않나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무언가를 해내는 성취자가 되기보다, 말씀을 받아들여 열매 맺는 ‘좋은 땅’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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